2019년 11월
라인과 야후재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동맹을 맺었다.
장밋빛 동맹이 아니다.
경쟁관계에 있던 두 회사가 손을 잡은건 다름아닌 절박감의 표현이다.
AI 기술력을 보유하길 원하는 소뱅과
후달리는 자금력, 얇은 소비자층에 좌절중인 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Z홀딩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만드는 새로운 Z홀딩스는, 앞으로 라인, 야후저팬, 야후 쇼핑과 조조, 저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게 된다. Z 홀딩스와 네이버는 각각 주식 공개 매수에 1,700억 엔(15.6억 달러)을 쓸 계획이다. 공개 매수 가격은 양해각서 체결 전 라인의 주가에 13%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라인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핀테크 영역에서 양사가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 현금없는 시대의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1차 제휴는 페이류의 캐시리스 결제사업이 될것으로 보이고
다음은 금융 파이낸셜쪽의 연합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뜬금없는 연합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이 일본증시 상장을 고심하고 있던 지난 2014년에도 라인에 대규모 Pre-IPO 투자(상장 준비중인 기업의 주식을 조기 매입하는 것)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그 무렵 이 거래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라인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 이유는 당시 이해진 의장의 경영적 판단이었다. 라인은 네이버가 해외에서 터뜨린 첫번째 대형 사업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에 네이버가 검색광고를 통해 한국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외부(소뱅) 도움을 받지 않고도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는 걸 첫번째로 오판, 타국시장을 너무 쉽게 봤음
둘째, 당시는 세계적으로 SNS와 각종 메신저앱들이 승승장구하던 시점이었다. 2014년 2월 페이스북이 190억달러(한화 약 20조원)에 왓츠앱을 인수하자 라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보수적인 외국계 리서치에서도 20조원은 기본이었다. 메신저 기능만 있는 왓츠앱과 달리, 라인은 게임, 콘텐츠, 광고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주식의 20%만 시장에 풀어도 4조가 넘는 돈이 들어오는데 굳이 손정의 회장처럼 까다로운 전략적 투자자와 손잡을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네이버의 오판이었다. 2015년이 시작되자마자 글로벌 시장에서 메신저앱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조원을 넘나들던 라인의 가치는 15조원대로 주저앉았다. 2016년 7월, 최종적으로는 약 9조 원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기업 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져버린것이다.
몸값이 떨어진 라인은 앞길도 순탄치 않았다. 라인은 메신저를 포털화하기 위해 뉴스탭을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검색광고는 네이버의 오래된 '효자'이다. 2017년 기준 네이버의 포털 검색광고는 전체 광고 매출의 82.4%를 차지했다. 한국 경험이 풍부했던 검색광고로 라인을 띄우려던 시도는, 그러나 녹록치 않았다. 시장 반응이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2016년 4분기를 기점으로 라인의 월간활동이용자(MAU)까지 줄어들기 시작했다. 막 시작한 IT 기업의 활동이용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머지않아 곧 죽을 수 있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이에 라인은 2018년부터 핀테크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했다. 포털이 아닌 핀테크를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선택해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기업인 네이버를 포함해 라인의 어떤 부서도 핀테크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반면, 살아남아야 할 환경은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일본 정부가 포진해있고, 동시에 라쿠텐 등 일본 시장의 기존 강자들을 함께 상대해야 하는 곳이었다. 초기 투자비용이 급증하면서 라인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69.1% 감소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 마케팅에 부을 실탄이 모자라 같은해 9월에는 전환사채(CB)를 1조 4666억원 어치 발행했다. 결국 2018년 결산 때는 상장 후 처음으로 380억원 적자를 냈다.
라인의 핀테크 사업은 표류를 거듭했다. 급기야 모기업 네이버도 이 판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라인을 통해 라인파이낸셜 신주 250만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손자회사에 2475억 5000만원을 넣었다. 9월에는 라인이 발행한 전환사채의 절반 가량인 7517억원을 취득했다. 라인과 연결된 재무재표 상태가 악화되면서 네이버의 주가도 2018년 30% 가량 빠졌다.

지분 문제 때문이다. 라인이 상장된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원래 유통주식비율이 35%를 넘어야 한다. 유통주식비율이란 상장법인의 주식 중 최대 주주지분 및 정부 소유주 등을 제외하고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비율을 말한다. 그러나 라인은 상장 당시 뉴욕과 동시상장이라는 특수 상황을 내세워 이 요건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라인 핀테크 사업을 지탱하는 과정에서 네이버 자금이 투입되면서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이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애초 2016년 상장도 돈이 없어서 한 게 아니라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네이버 돈이 라인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특히 라인으로서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라인, 네이버, 일본 금융당국 모두에게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2019년 페이페이와 라인페이의 마케팅 물량전을 살펴보자.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만든 페이페이는 지난해 10월 일본 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25만엔 이하를 결제시 결제금 20%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총 환급액 100억엔은 10일 만에 전부 동났지만, 페이페이 이용자 수가 400만 명 이상이 늘면서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금 천억원이 10일만에 바닥났다. 단 10일만에 1천억원을 다 써버린 것이다.
앞서 손 회장은 일본 시장에 인터넷 모뎀을 무료로 배포하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2000년대 초반 일본 초고속인터넷 사업 강자로 단번에 자리매김했다. 페이페이의 100억엔 환급 이벤트에 이런 손 회장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GIO의 라인페이는 이보다 앞선 2014년부터 서비스해오다 최근 일본에 진출했다. 잘 알려져 있듯 네이버 자회사 라인 서비스 중 하나다. 일본에 진출한 라인페이가 넘어야 할 벽은 페이페이였다.
20% 캐시백. 2%도 아니고 10%도 아니고 무려 20%다. 그야말로 돈질로 밀어붙이는거다.
라인페이의 선택은 맞불 물량공세였다. 라인페이 역시 페이페이와 같은 20% 환급 정책을 펼치며 가입자를 확보하고자 했다. 여기에 추첨을 통한 추가 환급을 해주는 이벤트를 더했다. 그러자 페이페이 역시 다시 한 번 100억엔을 투자한 환급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번엔 추첨을 통한 결제금액 전액 환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100억엔.. 말이 100억엔이지 어지간한 기업 1년 순익을 다 쏟아붓겠단 소리다...
그러나 라인페이가 물량공세전에서 물러날 기미는 없었다. 네이버는 라인 핀테크 사업에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7,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라인 및 기타사업 부문 영업적자까지 각오하며 여전히 대규모 공격적 마케팅을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게다가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에게 라인페이의 성공으로 3년 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다면 2,500억원 이상의 스톡옵션 행사권을 준다는, 파격적 보상안을 의결했다.
이처럼 페이페이와 라인페이가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간편페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핀테크 시대라는 것 외에도 일본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26년까지 비현금 결제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간편페이 시장에 불을 당긴 것이다. 일본의 현금 외 결제수단은 현재 18.4%,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난건 일본인들이다. 이미 환급 이벤트 등으로 혜택을 본 것에 이어 간편결제시 혜택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페이페이와 라인페이 모두 결제 수수료는 2021년까지 무료다. 페이페이는 알리페이와, 라인페이는 위챗페이와 손잡으면서, 중국시장 발판을 깔아놓으면서 일본내 가맹점도 대폭 늘렸다.

페이페이와 라인페이 모두 마케팅 비용에만 수천억원대 천문학적 비용을 책정한 것에 이어 일본내 카카오페이 및 페이코 진출, 라쿠텐페이와 오리가미페이 등 경쟁업체들도 쉽게 시장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적자를 무릅쓰고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서로 자본소모전을 벌이다 '차라리 손을 잡으면 어떨까?' 와 같은 이해관계가 일치한걸로 보인다.
물론 그뿐만은 아니다. 소뱅은 네이버의 클로바를 비롯한 AI 기술을 탐내고 있고 동남아시장까지 퍼져있는 라인 플랫폼 역시 군침도는 물건이다. 라인은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태국, 대만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상당수 가입자를 보유중이다. 특히 일부 국가는 관공서에서도 라인을 쓸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해당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데 유리한 조건이란 것과 진출로를 확보할수있다는 게 크다.
일례를 보자. 라인 웹툰은 태국서 1680만명, 인도네시아서 2770만명이 가입하는 등 동남아의 핵심 대중 문화로 자리 잡았다. 라인 웹툰 글로벌 소비자의 62%는 Z세대로 불리는 13~24세다. 미래의 든든한 잠재 소비층인 것이다.
라인 웹툰은 해외 진출 5년째인 2019년 세계 100개국 만화 앱 부문 수익 1위(구글스토어)를 기록했다. 9월 기준 월 사용자는 총 6000만명.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가 2500만명으로 가장 많다. K-POP 뿐만 아니라 K-웹툰 시장도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라인 역시 야후재팬이 최대주주로 있는 인터넷은행 재팬넷뱅크로부터 얻고 싶은 게 있다. 또한 포탈과 사용자데이터를 장악한 회사의 힘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도 네이버다.
정리하면 소뱅은 라인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라인은 야후재팬의 방대한 커머스와 금융인프라를 얻게 된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동업 동맹으로 양쪽이 잘된 역사를 본적이 없는데
과연 어떻게 될른지
더구나 5:5 지분이라,
양쪽의 이해관계가 엇갈릴땐 어떻게 할 생각인지?
과거 네이버-한게임 합병때도 크고작은 문제가 계속 있었는데 결국 다시 갈라지지 않았던가.
잘못하면 한국의 캐시카우 네이버 자금만 축내는 일이 될수도 있다.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서 영토를 획득하느냐
지금 확보한 성채만 지키느냐
사업은 정말 어려운것 같다.
그리고 결과론이다.
앞으로의 경영통합작업 계획이 나온것을 보자. 내년 10월까지는 모든 통합을 끝낼 예정이라고 한다.
라인은 현재 네이버가 72.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나머지 지분 약 27.36%를 총 3400억엔을 들여 공개매수(TOB)로 주당 5200엔에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도쿄 증시에 상장된 라인의 주가는 18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5150엔이다.
전체지분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가 완료되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조정을 통해 라인 지분을 절반씩 갖게 된다. 상장폐지된 라인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네이버 입장에서 보자면 지분이 낮아지는 대신 야후재팬 사업에 대한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다.
다만 지배구조가 불필요하게 복잡한 감이 있다. 실제 일을 하는 회사는 라인과 야후재팬인데 이 두 자회사를 지배하는 Z홀딩스를 두고, 그 홀딩스를 지배하는 신규법인을 만들고, 그 신규법인의 지분을 네이버와 소뱅이 5:5로 갖는 방식이다. 중간조직이 많아질수록 비효율적이 되는건 뻔한데 어떤 합의안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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