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란 어떤 존재일까?

 

생물과 반생물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자기복제를 통해 변이·진화를 할수있다는 점에서는 생물같지만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구조 없이 그저 단백질덩어리라는 점에서는 반생물같다. 바이러스는 셀프 대사활동을 할 수가 없고 숙주가 있어야만 활동가능하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안으로 침투하면서 자신과 숙주의 단백질을 합쳐버린다. 그러면 숙주는 원래의 자기 세포분열 대신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가져다가 바이러스 복제를 해주게 된다. 말그대로 '기생 복제'다. 이후 체내 면역시스템과 격렬한 사투가 벌어진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 수는 약 5000여 개 정도다. 과학자들은 현 지구에는 100만 종류가 넘는 바이러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대 가장 악명 높은 바이러스는 천연두인데 고대 이집트 미라에도 자국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질병이다. 치사율이 30%에 달할정도로 무서운 병이었지만 1978년 WHO(세계보건기구)는 “더 이상 지구에 천연두 바이러스가 없다”고 공언했다. 인류가 바이러스와 싸워 최초로 승리했던 기록이다.

 

▶ 세균과 바이러스 차이

 

세균과 바이러스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라는 점에선 같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다. 세균은 세포의 일종이기 때문에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고 번식도 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숙주에 들어가야만 생물적인 활동을 한다.

 

예를 들면 콜레라를 일으키는 건 세균이고, 독감을 일으키는 건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다. 독감의 원인은 인플루엔자 한 종류고, 일반 감기 바이러스는 100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다. 공기감염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결핵과 홍역이 있고, 기침 등의 비말감염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독감, 코로나바이러스 등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들의 전파 원리나 침투 원리는 비슷하다. 숙주 침투 없이 공기 중에 노출된 바이러스의 수명은 보통 4~5일이고 대부분 몇시간 내에 사멸한다.

 

세균 크기는 1~5㎛ (100만분의 1m)인데 반해 바이러스는 20~4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훨씬 작다. 바이러스는 매우 작아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대신 숙주의 성질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 발달했다. 그래서 숙주의 유전자와 잘 섞이고,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잘 일어난다. 

 

미세먼지와 비교해보면 10㎛ 이하를 미세먼지(PM10), 2.5㎛보다 작은 크기를 초미세먼지(PM2.5)로 분류하는데 세균 크기는 초미세먼지와 비슷하다. 

 

단적으로 바이러스는 세균 안으로 들어가 세균을 숙주로 삼을 수도 있다! 박테리오파지(phage)는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바이러스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세균 감염병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세포가 없어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하여 직접 죽이는 방식과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유전물질이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방식, 두가지가 있다. 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를 쓰거나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자체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 실가닥 하나하나가 에볼라 바이러스다

 

▶ 사망자는 독감 바이러스가 더 많다

 

사실 무서운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뿐만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또 다른 독감 바이러스가 발생해 8천 명이 넘는 환자가 나오고 있다. 

 

1월 30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으로 어린이 54명을 포함해 모두 8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의 독감 시즌에 미국 전역에서 1500만명이 감염되고 82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합병증으로 입원한 환자만도 14만명 이상이다.

 

2017~2018년 독감 사태 때는 4500만명이 감염되고 무려 6만 1000명이 사망한 바 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은 이번이 10년 만에 최악의 독감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30대의 건강한 성인도 독감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고 사보이 미국 템플대학 루이스카츠의대 교수는 “우리는 감기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치사율은 0.1%에 불과하지만 감염되는 사람이 워낙 많아 매년 수만명의 사람이 죽는 것이다.

 

▶ 바이러스는 공기중에서 살수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다니지는 않는다. 비말을 통해 문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는데, 미끄러운 물체의 표면에서도 얼마간 살 수 있다. 공기 중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적절할 경우 수일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섭씨 20도, 습도 40% 에서 5일 동안 생존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일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와 습도 즉 겨울에 더 오래 산다. 섭씨 4도 이하에서는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섭씨 30도를 넘으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도를 50% 이상으로 높이면 더 빨리 사멸했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알콜 소독제로 쉽게 살균할 수 있다. 오염된 표면에 에탄올(62~71%), 과산화수소(0.5%), 표백제를 뿌린 뒤 1분이면 바이러스가 거의 사멸한다.

 

▶ DNA / RNA 바이러스 차이

 

바이러스는 유전자 형태에 따라 크게 DNA형/RNA형 두 종류로 나뉜다. DNA형 바이러스는 이중나선구조 유전물질인 DNA를 사용해 자신을 복제한다. B형 간염이 대표적이다. RNA형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데기가 유전물질 운반체(매개체)인 RNA를 감싼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인플루엔자, 에이즈, 에볼라, 구제역,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 RNA형이다.

 

일반적으로 세포복제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 그 정보를 복사해서 가져오는 RNA  그리고 그 정보대로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기관의 순서로 작동한다. DNA 바이러스는 복제 중 오류수정 능력이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RNA 바이러스는 복제하는 동안 돌연변이가 발생해도 이를 고치지 못한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RNA 형이 더 많고 RNA는 (-OH)를 갖고 있기때문에 DNA보다 반응성이 높다. 따라서 RNA 바이러스의 변이가 훨씬 심하고 신종이 자주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손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다른 능력과 형태를 지닌다. RNA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확률은 DNA 바이러스의 몇만배 이상 높기때문에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인 에이즈(HIV·인간면역결핍) 백신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진짜 코로나 (개기일식) 현상

 

2015년 연구를 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나와 다른 종을 감염시키는 능력은 바이러스 껍질에 ‘못(spike)’ 모양으로 튀어나와 있는 이른바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 구조가 바뀌는 변이만으로도 생긴다고 한다.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 세포 표면의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고 그 세포와 융합함으로써 바이러스 본체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도록 돕는다. 즉, 박쥐의 모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켰다는 것은, 박쥐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가 ‘사람 세포와 결합→ 융합’하기 좋은 구조로 변이를 일으켰음을 의미한다.

 

 

 

 동물 감염, 박쥐는 왜 병 안걸려?

 

이렇듯 동물에게 있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인수공통감염병)

 

독감도 철새에 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옮겨지며 발생한 것이다. 1976년에는 박쥐나 설치류 등에 있던 에볼라바이러스로 에볼라 출혈열 (Ebola, EHF), 1982년에는 아프리카 원숭이에 있던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로 인해 에이즈 (HIV)가 발생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박쥐에서 기원했다. 박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로 꼽힌다. 사람에게 유출돼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알파(α) 코로나바이러스 17개 중 10개, 베타(β) 코로나바이러스 12개 중 7개를 갖고 있다. 박쥐는 보통 동굴 속에서 촘촘히 무리지어 생활하는데, 그 과정 중 서로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바이러스 변이가 잘 발생한다.

 

박쥐가 여러 바이러스를 갖고도 살 수 있는 이유는 박쥐의 비행 방식과 관련이 있다. 박쥐는 비행할 때마다 체온이 40도에 이를 정도로 몸이 뜨거지는데, 이로 인해 열에 약한 바이러스 활동성이 약화된다. 또한 체내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인 인터페론알파(α)가 나온다고 한다.

 

중국과 싱가포르 공동연구팀이 2018년 감염 면역 연구분야 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박쥐와 바이러스의 공존을 설명한다. 연구팀은 "박쥐는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오더라도 강하게 물리치는 방식이 아니라 '적당히 반응'하는 식으로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숙주가 되는 법을 익힌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박쥐는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죽여서 없애지 않고, 내버려두는 식으로 산다. 사실 박쥐는 잘못이 없다. 

 

박쥐에서 사람으로 전파과정

 

이렇게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는 천산갑, 밍크 등 중간 숙주에게 옮겨갔다가 사람에게 감염된다. 사스와 메르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각각 사향 고양이, 낙타를 중간 숙주로 옮겨갔다가 사람에게 감염돼 전파됐다.

 

 

박쥐는 비행 기능이 있는 유일한 포유류다. 다른 육상 포유류보다 이동범위가 더 넓은 데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 몸에서는 계속해서 바이러스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다. 여기에 중국의 광대한 땅과 다양한 기후, 환경 파괴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 됐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도축한 동물을 먹는 중국 식습관 문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더구나 박쥐는 작은 포유류로서 이례적으로 오랜 수명을 자랑한다. 박쥐들의 평균 수명은 약 40년이다.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인 집쥐 평균 수명이 2년 안팎임을 감안하면 놀랄 정도로 길게 산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미생물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보고서는 미세먼지가 병원균을 군집화시킴으로써 일반 병원균보다 더 내성이 강한 균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의 주성분이자, 불완전연소로 배출되는 ‘블랙 카본(Black Carbon)’은 박테리아가 모여 군락을 이루고 생존에 더 적합한 환경이 되는 ‘바이오필름’을 형성한다.

 

☞ 미세먼지-바이러스 감염 논문요약

 

중국의 박쥐들은 이래저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좋은 조건은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2003년 중국에서 발발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관박쥐,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는 과일박쥐, 중동의 메르스는 이집트무덤 박쥐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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