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점차 주식시장을 도박장처럼 여기고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 헤르츠


지난달 말 미국 렌터카업체 헤르츠 글로벌 홀딩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곧바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이 보유한 헤르츠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고 밝혔을 때 29세의 전기 기사 '코리 게버'는 매수 기회임을 직감했다.

그는 헤르츠의 브랜드 가치, 헤르츠가 다수의 렌터카를 운영하는 점을 고려해 지금이 "시장에 뛰어들 매력적인 기회인 듯 보였다"고 말했다. 게버의 판단은 적중했다.

 

헤르츠의 주가는 지난 3일 0.8163달러에서 4일에 곧바로 1.50달러로 83% 급등했고, 5일에는 또다시 71% 올랐다. 그리고 8일에는 115% 급등하며 5.53달러로 마감했다. 9일 24%가량 조정받아 4.18달러로 마감했지만, 아이컨이 매각한 후 헤르츠의 주가는 481%가량 상승했다.

게버는 헤르츠 옵션에 투자해 수천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는 "한번 투자할 때 몇주만 투자하지 장기로 투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23세의 타이 가온은 헤르츠 주식 3만5천주를 지난 4일에 1.43달러에 매수하는 데 5만달러(약 6천만원) 이상을 썼다며 이는 자신이 저축해온 전 재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만에 주가가 2.76달러로 올라 4만7천달러(약 5천600만원)를 벌어들였다며 "하룻밤 새 저축액을 두배로 늘려 기쁘다. 다른 어디서 이런 일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개인투자자 급증


3월 23일 저점 이후 다우존스 지수는 46.7% 올랐고, S&P500지수는 43.3%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확신도 일조하고 있다.

주가가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이를 기회 삼아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에는 주식 투자에 처음 나서는 신규 고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개인 고객들의 신규 증권 계좌만 120만개 신설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한 것이다. 

TD 아메리트레이드 홀딩스에서는 지난 3개월간 60만개, 3월 한달 동안에만 42만개의 신규 또는 기존고객의 계좌가 추가 개설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9% 증가한 것이다. 특히 35세 미만 밀레니얼 세대 고객들이 크게 증가했다.

 

온라인 주식거래중개업체인 로빈후드 마켓도 올해 들어 4월까지 고객이 30%가량 증가했다. 로빈후드 고객들의 중간 나이대는 31세다.  로빈후드의 신규계좌는 2016년 100만 개에서 최근 1300만개로 늘면서 미국 4대 온라인 증권사를 앞질렀다.

TD 아메리트레이드는 6월 들어 지금까지 하루 평균 350만건의 고객 거래가 있었다며 이는 작년 6월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RobinHood 계좌 수 : 1300만개

TD 아메리트레이드 : 1100만개

이트레이드 : 500만개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과거 닷컴 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투기적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로빈후드, 아메리트레이드 등의 거래앱은 거래수수료가 무료인 대신 고객들의 신용대출이자로 수익을 올린다. 비싼 주식은 소수점 단위 매매 기능을 지원하여 잦은 거래를 유도한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환경이 위험하다"라며 "정밀한 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중은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모든 시장 조정을 떠받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개인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사는 22세의 다야니스 발디비소는 정부가 지급한 현금 1천200달러의 일부를 로빈후드 계좌에 넣어 주식을 사는 데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 돈은 기본적으로 공짜다. 그래서 그것으로 한 판 해보기로 결정했다"라며 "그 돈의 일부를 잃을 수도 있고, 일부를 벌 수도 있다. 이는 도박 게임과 같다"고 말했다.

발디비소는 비욘드미트, 데이브앤버스터 등 폭락했던 주식들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초기 투자액은 275달러(약 33만원)였지만, 이를 800달러(약 100만원)로 불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나이티드항공'과 '프로쉐어스 울트라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팬데믹 동안 직장을 잃었지만, 이제는 옵션거래까지 해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기 웹사이트 바스툴 스포츠의 창립자 데이브 포트노이는 워런 버핏이 항공주를 매도했을 때 항공주에 투자해 큰 이익을 냈다고 트윗했다. 그는 버핏을 idiot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 150만명에게 "주가는 오르기만 한다. 이는 내가 해본 것 중에 가장 쉬운 게임이다", "주식이 경제와 연결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자신의 이트레이드 계좌에 300만달러를 넣고 "하루에 30만달러를 벌었다"고 자신했다. 

 

포트니는 모든 항공주가 매일 20%씩 오르기 때문에 차익 실현할 필요가 없다며 패배자는 차익 실현에 나서고 성공한 투자자는 더 공격적으로 베팅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핏은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이라면서도 자신은 신세대 투자자로 현재 기준으로 버핏보다 투자를 잘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매크로 모니터의 개리 에번스는 포트니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상황을 두고 급락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929년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인 어빙 피셔가 '주가가 영원히 상승하는 경지에 다다랐다'고 말한 직후 대폭락이 있었던 사례를 들며, 자신감을 보이는 낙관적인 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애틀의 게버는 대단한 스포츠 광팬은 아니지만, 라이브 게임이 거의 없어 주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더 많이 즐겁게 해 줄 다른 것들이 있어, 예를 들어 주식시장처럼, 스포츠를 크게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식거래와 도박사이트는 비슷한 점이 있다. 참여자들이 서로 돈을 잃고 따며 그 중간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는 참여자가 많을수록 자기몫이 늘어난다. 그리고 참여한 고객의 80%는 손해를 본다. 

 

 

* 1999년의 재연?


이러한 미국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1990년대 말 개인 투자자들은 실적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들에 달려들었다. 1998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후 나타난 현상이었는데 2000년 봄 나스닥 시장은 붕괴했다.

오루크 전략가는 "2000년과 지금이 같은 점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미 의회는 3조달러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투입했고, 연준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채권 매입으로 3조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무시하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잦은 연준의 개입은 시장이 폭락하면 연준이 언제든 또다시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는 위험한 믿음을 줬다.

뉴욕 연은에 몸담은 바 있는 피터 피셔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 교수는 "연준의 개입으로 시장 가격과 신용 스프레드의 기능이 깨졌다"며 "연준은 가격의 본질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the Fed's narrowing of credit spreads not only distorts prospects for the economy's recovery; it also reduces the capital market's efficiency. Old zombie companies get financed, which might mean less creative destruction in the post-Covid-19 economy, Fisher said. 


대표적인 사례가 체서피크 에너지다.

이 회사는 저유가로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경고했으며 1분기에도 83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회사의 2021년 만기 채권은 달러당 4센트까지 거래돼 파산 후보군에 꼽혔다. 회사는 지난 4월 15일 1대200으로 주식병합을 결정했고, 이달 주가는 13달러에서 69.92달러로 급등했다. 지난 8일에는 주가가 182% 급등했다. 회사는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고, 뉴욕증권거래소는 회사의 주식거래를 중단시켰다. 주식 거래가 재개된 후 주가는 66% 폭락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이러한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10일(미국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마크 큐반은 최근 리얼 비전 인터뷰에서 주가가 숨 가쁘게 뛰고 데이 트레이딩이 급증했다며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나 쉽게 돈을 빌려 데이트레이드로 아무렇게나 돈을 따가는 것이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모습이라며 강세장에서는 모두가 천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큐반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더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올인' 투자 분위기의 형성은 인터넷 버블 때와 판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잇달아 자금을 회수해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며 코로나의 경제 충격 강도가 분명해질 경우 증시 급등세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향후 고용과 지출이 관건으로 일자리와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의문이라며 시장이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6월10일, 파월 기자회견

- 경기 하강과 회복은 극도로 불확실하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 

 

GDP 예상 = 올해 -6.5%, 내년 5.0% 

실업률 = 올해 9.3%, 내년 6.5%

 

최근 폭등하며 낙폭을 만회했던 항공주와 크루즈 등 여행주, 은행주, 에너지주 등이 급락했다.
엑손모빌은 5.36% 떨어졌고, 아메리칸에어라인은 8.25% 하락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5.74%), 씨티그룹(6.12%), 웰스파고(8.95%) 등도 급락했다. 지난 며칠간 테마를 이뤘던 파산주들도 허츠가 39.7%, 체사피크에너지가 29.2% 폭락세를 연출했다.

 

반면 나스닥은 사상최초로 지수 1만을 돌파하며 10020.35로 마감했다. (+0.67%)

 

Posted by 영애니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