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 (Helicobacter pylori)
40년전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고 강한 산성인 위 속에서 살 수 있는 세균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상에 큰 충격을 주었다. 헬리코=나선, 박터=박테리아, 파일로리=유문 이라는 뜻인데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이상이 감염되어있다고 한다. pH 1까지 내려가는 강산성 살균작용을 하는 곳이 위인데 여기서 살 수 있는 세균이 있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문제는 위 속에 사는 이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 위염, 위암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보통 위염은 위벽 표면인 점막에 생기는 초기 가벼운 염증을 말하고, 점막 아래로 2단계층 이상 손상되어 위 안쪽까지 드러나면 위궤양이다. 위산으로 위벽에 상처가 생기면 심한 통증이 생긴다.
병원균 증명: 코흐의 4원칙
의학적으로 어떤 병원균이 존재함을 증명하려면 다음의 과정이 필요하다.
1. 세균이 환자에서만 검출되고 일반인에게는 검출되지 않을것
2. 세균이 순수 배양가능할것
3. 그 세균에 의해 정상부위에서 같은 질환이 재연될것
4. 재연된 환부에서 같은 세균이 검출될것
1979년 워렌박사는 위염환자들의 점막을 관찰한 결과 공통된 모양의 세균이 있는것을 발견했다. 이 세균이 병원균임을 증명하기 위해 공동연구자였던 마셜박사는 이 세균을 배양한 후 자기가 먹어버렸다. 그리고 정말 위염에 걸렸다. 실로 대단한 실험과학 정신이다 ㄷㄷ.
마셜박사의 환부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서 헬리코박터균이 위염의 병원균임이 증명되었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유아기를 제외하고 젊은 사람일수록 감염률이 낮다. 단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의 감염률이 높은걸로 보아 물 또는 식품을 통해 감염되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다. 감염방지를 위해선 제대로 씻고 잘 조리된 음식을 먹는게 좋다.
위 그림처럼 헬리코박터균은 위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쉴드를 치고 둥둥 헤엄쳐다니다가 위조직 세포에 상처를 내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점액과 점막으로 덮여있던 위벽에 직접 위산이 닿으면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위궤양 환자의 80%,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가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균이 있으면 위암확률이 5배나 높아진다는 점이다.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면 위염과 궤양은 대부분 좋아진다. 아래처럼 위암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두 위 속 살균 제균 작업을 해야하는가?
우리나라의 감염률은 1998년 67%, 2005년 60%, 2011년 54%로 매년 1%씩 낮아지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도 절반이나 감염되어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궤양이 있는 경우는 빨리 반드시 치료를 하되, 모든 감염자가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대부분이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균작업이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아직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제균은 항생물질을 복용하여 균을 없애는 방식을 쓴다. 3가지 약제로 이뤄져 3제 요법이라 부르고, 아침 저녁으로 1주에서 2주간 복용하는데, 환자 순응도를 고려해 보통 1주간 처방한다. 1차 치료에서 70~80%가 제균에 성공한다. 2차 치료로 다른 항생제를 이용한 4제 요법을 사용한다. 한 번 치료하면 재감염 확률은 연간 2.9%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항상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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