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 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이다. Fed, ECB, BOJ 세계 3대 은행 모두 이것은 'QE가 아니다'면서도 계속해서 돈을 쏟아내고 있다. 

 

유동성은 넘쳐나고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굶주리고 있다. 이때문에 평소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채권에도 손을 댄다. 현재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가 2.8%, 정크본드(하이일드)가 5%로 발행되는데 마이너스 국채금리는 이정도 금리도 높은 수익률로 보이게 만든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 등급 'BBB-' 이상)을 받은 회사채 규모는 2007년 8천억 달러에서 지금 3조3천억 달러로 늘어났다. 투자등급 중 하단인 'BBB' 비중이 현재 50%, 최하등급인 BBB-가 15%에 달하고 있다. 2007년 BBB 비중은 35%, BBB- 비중은 8%였다.

 

구겐하임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기는 알수없지만 결국 신용디폴트와 채권등급 강등이 터질것" 이라며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안고 가는 이유는 오로지 내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공포심, 채권의 경우에는 수익률이 내일 더 낮아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이 신용 확장 정책을 펼치고 계속해서 유동성을 뿜어내는 한, 풍부한 유동성이 주는 가짜 안정감 때문에 투자자들은 신용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회사채 투자에서 위험을 감수한다. 아니 위험불감증에 빠진다. 파산해야할 기업들은 좀비기업이 되어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아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해도 계속해서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투자자들은 신용 스프레드가 좁혀지는 시기를 오래 겪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위험을 늘렸다. 신용스프레드는 안전국채와 위험채권의 수익률 간격을 말한다. 원하는만큼 수익률이 나질 않으니 점점 더 정크에 손을 대는 것이다. 돌아보면 2001~2002년의 침체가 오기전, 그 시점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자체 정비를 해야 했던 때였다. 

 

미국 투기등급 채권 부도율(디폴트)


지금 회사채 발행 기업들의 레버리지 규모는 역사적으로 봐도 매우 크다. 반면 이들 기업의 이익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높은 레버리지 vs 이익 정체의 조합은 결국 현재의 상황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9년 8월 하이일드 채권의 3개월 단위 디폴트 비율이 연환산으로 5%를 넘어섰다. (2018년 11월은 1.3%) 

 

1993~2013년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의 평균 디폴트는 4.5%였고 2009년말 사상 최고인 14%를 기록한 바 있다. 통상 SG 채권의 디폴트 비율이 3% 이하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참고로 2017~2019년 한국 1금융권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 내외, 저축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 정도다. 

 

미국 경제의 숨은 아킬레스건은 바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다. 미국 경제 팽창이 11년째 이어지고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미국의 기업 부채는 점점 늘어나 1991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 부채를 추월했다. 저금리가 증폭시킨 부채로 언젠가 줄도산이 발생한다면 그때의 경제 충격은 헤아리기 어렵다.

 

투자등급 크레딧 시장은 6조 달러로, 이 중 절반 정도가 현재 BBB등급이다. 경제가 휘청거리면 절반이 순식간에 투기등급 정크본드로 하향조정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많은 투자자들은 보유자산의 퀄리티 규정 때문에 정크본드를 팔아야만 한다. 어느 쪽에서든 한번 신용경색과 위축, 자금회수가 발생하면 다음은 금융 도미노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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