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체 왜 박쥐 같은걸 먹는걸까? 

그 나라의 식문화에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전염 바이러스의 진원지라면 이건 얘기가 다르다.

 

중앙일보 유상철 기자에 따르면 중국에는 다음과 같은 문화가 있다고 한다. 박쥐는 중국에서 ‘볜푸(蝙蝠)’라 부른다. ‘푸(蝠)’가 복(福)의 중국어 발음 ‘푸’와 같아 박쥐는 행복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특히 ‘볜푸(蝙蝠)’는 ‘복을 널리 퍼뜨린다’는 ‘볜푸(遍福)’의 뜻으로도 쓰인다.

 

사실 중국의 미신은 숫자 발음에도 잘 드러난다. 중국 사람들은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와 발음이 비슷한 숫자 4를 싫어하고 6과 8을 좋아한다. 특히 8(八)은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숫자다. '八'의 중국어 발음은 'pa(파)' 인데 '發(발)'의 'fa(파)'와 발음이 비슷하다. 이 發자에는 '파차이(發財:돈을 벌다 또는 재산을 모으다)'의 의미가 담겨있어 8이 많은 번호를 소유하면 그만큼 ‘돈을 많이 번다’라고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GDP 성장률 6%, 8%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볜푸’가 2020년 새해 중국을 전세계를 흔드는 전염병 국가로 만들었다. 1월 23일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石正麗)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종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96%의 상동성을 보인다고 한다. 박쥐를 행복의 상징으로만 여기지 않고 이를 잡아먹는 식습관이 결국 재앙을 일으켰다.

 

중국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사건에서 아무 교훈을 얻지 못한 듯 하다. 전 세계에서 8098명이 감염되고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후 사람으로 전파된 것이다. 

 

중국에서 야생동물을 먹는다는 ‘츠예웨이(吃野味)’란 말엔 신분 과시용의 우쭐함이 배어 있다. 옛날엔 먹을 게 없어 야생동물을 잡았지만 시대가 흐르며 돈 있는 자가 보신을 위해 또는 새로운 걸 탐하는 식도락 차원에서 ‘예웨이(野味)’를 찾게 됐다. 명·청 시대에 유행한 원숭이 골, 낙타 육봉, 표범의 태 등과 같은 진귀한 여덟 가지 요리가 그렇고, 20세기 초 동북왕으로 불린 군벌 장작림(張作霖)이 호랑이고기를 특별히 좋아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이번 우한 폐렴의 진앙지인 화난(華南) 수산시장 상점 ‘대중(大衆)목축야생동물’ 메뉴에 있는 동물만 42종에 달한다. 사스를 옮긴 사향고양이는 물론 오소리, 공작, 기러기 등을 바로 현장에서 도살·냉동해 집까지 배달한다고 광고한다. 중국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중난산(鍾南山)이 계속 경고해 왔지만, 이 식문화가 바뀌지 않고선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중국 저장대 법학교수 첸예팡(錢葉芳)은 야생동물 소비 저변에 깔린 중국인의 얄팍한 속내를 질타한다. 그는 “동물 방역에 대한 법률의식이나 동물 보호의식이 천박하고 우매하기 이를 데 없다”며 “야생동물을 먹는 게 몸보신을 위해서라 말하지만 실제론 허영으로, 일종의 특권을 드러내는 신분 상징처럼 쓰인다”고 비난했다. 

 

단순한 미신이나 식도락이 아니라 그 안에는 탐욕과 허영이 가득차 있다는 얘기다. 과거 황제나 귀족 흉내를 내면서 허세를 부리는 문화다. 

 

중난산 국가보건위원회 공정원 원사

더욱 큰 문제는 사태가 터진 뒤 중국 당국의 대처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어떤 문제든 덮으려는 얄팍한 의식이 깔려 있다. 우한에서 처음 신종 폐렴 환자가 발생한 건 지난해 12월 8일이다. 이후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으나 우한시 위생당국은 3주를 미적거렸다. 그러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12월 30일에서야 “원인 불명의 폐렴이 돌고 있다”는 긴급 통지문을 냈다. 그럼에도 1월 3일에는 또 굳이 “사람 간 전염은 분명하지 않다”고 말해 사회의 경각심을 무디게 했다. 잇따른 환자 발생을 보고 놀라 “사스가 재발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이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며 붙잡으러 다녔다. 1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난산(鐘南山) 이 나서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발언한 후에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인정했다.

 

우한시 중심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19년 12월30일 환자 진료중에 위험신호를 발견했다. 리원량은 우한대 의대 04학번 동기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경고했지만 중국 당국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중국 공안국은 불과 사흘 후인 1월 3일 리씨를 비롯한 의료인 8명을 괴담 유포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은 ‘보희불보우(報喜不報憂)’의 전통이 있다. 황제에게 좋은 일은 알리지만 걱정을 끼칠 나쁜 일은 보고하지 않는다. 우한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2천여년 넘게 지속한 황제 제도를 깨뜨렸지만 이 악습만큼은 부수지 못했다. 여기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공산당 일당제의 장기집권을 뒷받침하는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구호도 한몫했다. 과연 이런 부패하기 쉬운 정권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에 따라 우한에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종 폐렴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고 확진 환자만 100여 명이 넘어서는데도 대규모 축제를 연 것이다. 이름하여 ‘만가연(萬家宴)’이다.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8일 우한시는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절(春節·설)을 일주일 앞두고 4만여 가정이 참여하는 초대형 축제를 열었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요리만 1만3986가지라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정보은폐를 위해 아무 일도 없는 척 대규모 쇼를 한 것이다.

 

여기에 춘절을 보내기 위해 수많은 귀성객이 한커우(漢口) 기차역으로 몰려들었다. 신종 폐렴의 진원지인 화난 수산시장과는 불과 500m 거리다. 우한이 봉쇄되기 전 무려 500만 명이 빠져나갔고 이것이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확진 환자가 나오게 된 이유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할 상황이 됐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이를 보도해야할 언론이 침묵했다는 점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등장 이후 중국 언론은 스스로의 성(姓)이 ‘당(黨)’이라며 공산당의 선전의 나팔수가 되었다. 당의 허가 없는 보도는 불가능하다. 한 베이징 언론사의 경우 기자가 취재를 나가려면 세 군데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언론통제의 전형적인 증거다.

 

중국은 안그래도 공산당 일당체제인데 언론조차 당을 견제하거나 비판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숨은 배경이다. 여태 정보를 은폐하고 쉬쉬하다가 1월20일 시진핑이 '내가 직접 지휘하겠다'고 선언한 다음에야, 늦어도 한참 늦은 대응을 시작했다. 왕샹웨이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편집장은 "중국 지도부가 관료들의 책임론을 밀어붙이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역설적으로 재난상황을 은폐하려는 경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권력을 공고히 하고 다른 간부들에게는 철저한 순응하라고 요구하면서, 관료들은 중요한 결정을 회피하고 당의 지시만 기다리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CNN은 “이번 봉쇄령은 중국에서도 아직 시행된 적이 없다”며 “심지어 2003년 사스 발병 당시에도 이 정도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중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이로 인한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CNN은 중국이 교통봉쇄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시진핑정부의 강한 중앙집권적 권력 때문이라며 동시에 중앙집권적 권력에게 ‘실패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전문가 애넘 니 호주 맥쿼리대 교수는 CNN에 “중국 공산당의 위신과 정당성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 문제가 잠재적으로 당을 뒤흔들 수 있을만큼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처럼 큰 나라에서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에서는 일이 잘 풀릴 경우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영광이 쏠리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다. 니 교수는 “시 주석에는 높은 위험과 높은 보상이 따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경직된 관료주의, 보신주의는 사스 사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직접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까지 중국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시진핑은 2013년 3월 집권을 시작한 후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자로 8년간 자리를 잡았지만 신종코로나 한방에 맛탱이가 가는 중이다.

 

덴마크의 한 언론 (Jyllands-Posten)은 28일 중국 국기에 별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를 그려넣은 풍자 만평을 게재하기도 했다.

 

 

국제전략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리처드 맥그리거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위기 상황에서) 기관과 자원을 누구보다 빨리 동원할 수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은 사태를 감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에는 전면에서 정보를 전파할 수 있는 (당과 분리된) 독립적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 관계자들은 시진핑의 강력한 권력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걸러낼 수 있는 내부 논의가 막힌다는 의견이다. 중국 정치전문가인 롱 지안은 “시 주석의 권력이 너무 강력해서 정치적 문제들이 종종 나타난다”며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못하고 문제는 너무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신종 바이러스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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