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일
일본 시민단체 ‘일-한 회담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
일본 외무성 비밀해제 문서
‘대한경제기술협력에 관한 예산 조처에 대해서’ (1960년 7월22일)
문서에는 “(양국) 재산청구권 문제는 일종의 보류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일회담 타결을 위해 한국에 어떤 경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보상이 아닌 미래 경제에 기여한다는 취지라면 경제적 원조를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일본이 당시 한 배상과 경제지원에 대해서 라오스, 캄보디아가 대일 청구권을 포기했으니 경제지원을 했다며, 한국도 비슷한 경우라고 본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다. 한국과 국교정상화 뒤에 “해마다 2000만달러, 5년 동안 합계 1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위한 원조로 지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된다”고 적혀 있다. 문서에는 “무상 원조는 한국 쪽 청구권을 모두 포기시키지 않으면 일본 국내에서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외무성 고위 관리의 의견도 같이 적혀 있다.
요점은 개인청구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본 외무성이 인정했지만 그것을 묻어버려야한다는 정부방침을 공식문서로 남겼다는 것이다.
개인 청구권 존재 여부는 청구권 협정 체결 뒤에도 일본 내에서 문제가 됐다. 1991년 야나이 순지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은 국회에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법률적으로 보았을때 국가 간 교섭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부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경우 일본 국민의 개인 청구권도 같이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1946년 태어나 도쿄대 재학중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고금리 사금융에 따른 다중채무 피해자 전문 변호사로 유명해졌다.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2012년과 2014년 도쿄 도지사 선거에도 출마했다.
―한-일관계가 최악이라는 말들을 한다.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직접적 계기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지만, 지금의 일본 정권이 전후 어떤 정권과 비교해서도 극히 보수적·우익적인 탓 또한 크다. 전후 일본 정권의 특징은 2차대전 전의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의 가해책임과 정면에서 맞서지 못한 것이었다. 1993년 고노담화나 1995년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 때는 그런 공기가 바뀔까 기대했지만, 다시 원래로 돌아가고 말았다. 반면 한국 문재인 정권은 이전의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비교해 지극히 민주적이고 리버럴한 정권이다. 정반대로 대립하는 듯한 성격의 정권이 양국에 있는 것도 큰 배경이라 본다. ”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중국과도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1991년 야나이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의 답변을 포함해 일본정부는 일관되게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7년 4월 중국인 강제연행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냈던 소송에서 같은 판단을 했다. 재판 자체는 패소했지만 청구권을 인정했기에 니시마쯔 건설은 피해자에게 화해금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금은 신일철주금, 미쓰비시가 돈을 내는 걸 정부가 막는 상황이다. 개인의 청구권은 존재한다 했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판결이라고 변호사로서 생각하므로, 기업이 지불하려는 걸 억제하는 건 해선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다르다는데 같은 문제다. 피해자의 인권구제라는 건 같은 대응을 하는 게 맞다. ”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지금까지 견해를 뒤집은 건 일본 정부 아닌가.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금방 아베 총리가 의회에서 모든 게 끝난 문제라고 설명하고 고노 외상은 ‘폭거’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표현 자체가 삼권분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대법원과 정부의 판단을 완전히 섞어버린 거고. 이를 이해못한 채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와 똑같은 생각만 하는 학자나 전 주한대사 같은 사람만 불러낸다. 본래라면 민주주의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게 바람직하고, 법률의 해석엔 다른 생각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정부와 최고재판소가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했던 판단과 지금 태도가 다른데 이런 부분까지 자세히 보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심각한 건, 강제징용 문제가 무엇인지 그 자체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보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강제징용 피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어디까지나 피해자였던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의 권리가 회복되도록, 피해가 회복되도록 하는 걸 제일로 해야 한다. 국가간 처리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될순 없는 거고, 피해자를 무시했던 해결은 애초 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1965년 당시 한국 정부가 제대로 하려했다면 먼저 철저하게 실태조사를 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조사하고 당사자들이 납득할수 있는 해결을 해야 하는 건데 피해자를 제쳐두고 국가 간에 적당히 배상금액을 정했다는 처리방식 자체가 가장 큰 문제를 품고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한국이 일본을 대상으로 뭔가를 말하기보다 먼저 피해자의 구제를 제일로 놓고 피해자가 납득할수 있는 해결, 또는 지원을 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어떻게 힘을 모을수 있을지 특히 가해자인 일본기업이 어떻게 노력을 다해야할지 힘을 합쳐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선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반일의식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한·일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까.
“국가와 국가 관계만의 개선이라면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시민차원의 관계 개선이 어느 정도 확산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의 나라, 역사를 잘 아는 것의 확산이야말로 평화적 환경을 만드는 데 관건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2005년 다중채무자 문제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한국을 간 게 첫 방문이었는데, 이후 자주 가면서 한국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다. 그래도 지난해 <택시운전사> 주연배우들이 일본에 오고 <1987>이 올해 개봉하고 <엔에이치케이>가 6월 비에스(BS)에서 <시민은 군과 싸웠다>라는 80년 광주항쟁에 대한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며 일본에서도 아 한국에서 이런 운동이 있었구나를 새삼 알게 된 사람들이 늘었다. 사실 일본의 리버럴층,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 시민운동은 굉장히 뒤쳐졌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하면 ‘처음 알았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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