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키려는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넘치는 상황에서 분사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원래 계획은 전지사업을 따로 분리하고 IPO 를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모을 생각이었다.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석유화학 사업이 침체되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와의 계약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30만원 초반대에서 40만원대로 크게 뛰었지만 하필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악재를 맞았다.

 

코로나19는 단순 전염병이 아니다. 수요 위축, 공급 축소, 고용 악화, 하이일드채권 신용위기, 개인 모기지 신용위기로 이어지는 경제 패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가 언제 끝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리스크를 거대하게 키우고 있다.

 

LG화학 전지사업 매출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돈이 되는 사업’이라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전지사업부문 매출은 2017년 4조5606억원, 2018년 6조5196억원, 지난해 8조3503억원으로 매년 급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7∼9월) 712억 원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 매분기 12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금창출 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분사는 리스크가 더 크다.

 

분사 계획을 완전 철회한 것은 아니다. 당분간 공모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시장 및 여건이 안정화되는 때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사업방식이 서로 다른 석유화학 부문과 전지 사업부문이 같이 있어 장점도 많지만 투자 우선순위나 여러면에서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은 없는지 (여러가지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은 2019-2020년 부채가 크게 늘어났고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재무건전성에 위험성이 다소 있다.

 

 

현재 전기배터리 3강은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한국 LG화학이다.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을 무기로 가격과 안정성 중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한국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활용한 배터리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철을 양극재로 사용해 원가가 싸고 폭발 위험이 적어 안정적이다. LFP 배터리는 NCM 3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10~20% 가량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철을 사용하는만큼 무거운 게 단점이다. 3원계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비교적 고가의 금속을 사용하며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테슬라의 최고급 모델 ‘모델3’가 최대 627km를 달릴 수 있는데, LG화학의 3원계 배터리 얼티움을 탑재한 GM의 전기차는 최대 643km를 주행할 수 있다.

 

울티움은 배터리 양극재 내 니켈 함유량을 90%까지 확대하고 코발트 함유량을 10% 미만으로 낮춘 초고밀도 배터리다. 여기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도 추가해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로 불린다. LG화학 관계자는 “주행거리 높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CATL의 LFP와는 기술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LFP 배터리를 밀고 있는 건 3원계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밖에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 ‘젠(Gen)5’ 니켈 비중이 높은 고밀도 배터리를 개발한다. 지난해 11월 삼성SDI는 독일 완성차업체 BMW와 10년간 4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LG화학의 파우치형 배터리
삼성 SDI의 각형 배터리
삼성  SDI의 원통형 배터리

 

테슬라가 CATL의 LFP 배터리를 채용하기로 했지만 국내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도 중국이란 거대 시장을 의식해 일부 모델에 CATL LFP 배터리를 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차세대 전기차 시장은 주행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 즉 효율성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만큼 국내 업체들의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원재료의 확보다. 엘사 올리베티 MIT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재료과학자 네 명의 논문이 실린 에너지 학술지 '줄'에 따르면 리튬과 흑연의 경우 최소한 2025년까지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리튬은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도 있으며 흑연은 추정 매장량이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코발트는 다르다. 코발트는 니켈을 캐며 부산물로 나오는데 니켈의 5% 정도다. 만약 니켈이 과잉 공급으로 생산 중단되면 코발트 생산도 덩달아 멈출 수 밖에 없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구리 광산에서 캐는 코발트가 있지만 이곳 생산량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넘어간다. 

때문에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듐(나트륨) 배터리, 칼륨 배터리, 전고체전지 (전해질이 고체인 전지) 등이 있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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