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기업의 공정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런 비상 계획까지도 준비할 것입니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7월 23일 열린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인텔 주가는 하루만에 16.2% 폭락했다. 

 

이는 1968년 설립 이후 지난 52년간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해온 인텔이 ‘제조를 포기하고 파운드리사에 위탁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인텔은 이날 삼성전자와 TSMC가 생산 중인 7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올해 말까지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수율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22년말에나 출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애플은 지난 6월, 맥북에 인텔 CPU가 아닌 자체 칩을 넣겠다고 공표했다.

 

이러한 현 상황은 CPU 제국 인텔이 IBM이나 GM, GE 처럼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시대는 PC CPU에서 모바일 AP, 그래픽 GPU로 대세가 바뀐지 오래다. CPU시장마저 한수 아래로 취급하던 AMD의 거센 추격에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19년 CPU 점유율 84.5%). 만일 마지막 아성인 서버시장마저 내주게 된다면 몰락은 한순간이다. 

 

TSMC가 인텔물량을 수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인텔로서는 AMD와 이미 거래하고 있는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일부 맡길 가능성도 있다. 삼전자와 인텔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연히 구분돼 '협력관계'에 더 가깝다. 인텔 입장에선 AMD보다 우위인 반도체 설계능력을 극대화하며, 제조는 삼성전자의 첨단공정에 맡기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인텔은 저전력이 필수인 AP시장에 결국 진입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이후 구조조정도 여러번 있었고 CEO까지 계속 교체되면서 표류의 조짐이 보였다. 여기서 AMD 7나노제품에 밀리면 더는 물러날 데가 없다.

 

만일 인텔 제국이 무너진다면 주도권은 어디로 향할까?

유력한 후보는 엔비디아, 퀄컴, TSMC, 삼성전자 등이다. 

 

2019년 AP칩 매출 기준 

1위 퀄컴 36% 

2위 애플 24%

3위 하이실리콘 14% 

 

경영난에 빠진 소뱅이 4년전 약 40조원을 들여 지분을 100% 인수했던 ARM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 화웨이 칩도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만큼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로 독주 중이고 삼성전자 점유율은 18%에 불과하다. 파운드리 사업강화를 선언한 삼성전자에게는 게임체인저로 구미가 당기는 매물이다. 

 

그러나 ARM 인수 가격은 너무 비싸다. 삼성전자의 작년 현금 보유액이 연결기준 총 112조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40조는 너무 부담이 크다. ARM의 1년 영업이익은 약 3천억원 정도로 알려져있는데 자체 현금창출력이 높은 회사는 아니다.

 

또한 ARM이 RISC 아키텍처를 기초로 하는 것에 반해 RISC-V 아키텍처가 새로 개발된 것도 ARM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RISC-V는 구 RISC 아키텍처보다 소비전력과 칩 면적을 절반으로 줄인 혁신적인 디자인 기술이다. 모바일 AP의 난제인 전력과 공간을 동시에 해결한 만큼 ARM이 왕좌에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     

 

 

* 퀄컴의 TSMC 견제구

 

한편 지난 17일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퀄컴의 차세대 칩셋인 '스냅드래곤 875G'를 5나노미터 EUV 공정으로 위탁 생산, 내년 1분기에 출하될 것이라는 로드맵이 유출됐다. 중급 스마트폰 라인업에 들어갈 '스냅드래곤 735G'과 통신 모뎀 '스냅드래곤X60' 도 동일한 공정으로 제조된다. '스냅드래곤 875G'은 내년 출시되는 각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되는 주력 AP이고 X60은 퀄컴의 3세대 5G 모뎀 칩이다.

 

현재 5나노 공정을 갖고 있는 제조사는 TSMC와 삼성전자 뿐이다. 5나노 AP는 7나노보다 크기는 25% 줄어들고 트랜지스터는 더욱 조밀해져 전력 효율은 최대 20%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5G 모바일 기기가 X60 모뎀칩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수주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신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은 (파운드리 업체)어느 한쪽이 비대해지는 걸 원치 않아 번갈아 생산을 위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의 미래

 

삼성전자의 현 상황은 그야말로 거대한 변곡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파운드리 양강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중국산 D램 메모리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가?

세계 주요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가?

5G 패권싸움을 끌고 갈 수 있는가?

 

각각이 워낙 커다란 난제라 동시에 헤쳐나가는건 쉽지 않아 보인다. 거기에 가전과 전기차, 차량 전장, 디스플레이도 놓을 수 없는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최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종합 반도체 업체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현재는 TSMC, 엔비디아처럼 자기 사업 영역에 집중해 독보적인 기술과 영역을 구축한 ‘특화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더구나 기존의 캐시카우였던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1년까지 좁혀졌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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