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문을 떼어내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한다.

 

기존 석유화학(플라스틱) +첨단소재 +바이오 사업은 LG화학으로 남고 배터리 사업만 분리되며 물적분할(split-off) 이후에는 LG화학이 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를 소유한다. 양극재 등의 기초화학 소재나 미래 배터리연구는 LG화학에 두고, 실제 모듈 생산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담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흑자전환한 전기차, 태양광 ESS, 소형전지 등의 2차전지 양산을 주력으로 하되 배터리 관리시스템 등의 사업도 확장해갈 계획이다. 

 

 

 

지금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이지만 미래의 본체는 배터리이므로 물적분할/인적분할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사실상 남남이 되는 인적분할(spin-off)을 하면 배터리사업이 석유화학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못 가져간다. 지금은 같은 회사라서 내부 투자금을 가져다쓰는 형태지만 인적분할을 하면 배터리 설비증설에 쓸 돈을 마련해야한다.  

 

그렇다면 인적분할과 동시에 독립법인의 유상증자를 해야하는데 그 경우 LG화학이 아니라 지주회사 LG의 자회사가 된다. LG의 현 지분율 33.37%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10조원 유상증자시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2020년 상반기 LG의 현금성자산은 약 9300억원으로 지분을 사기엔 부족하고, 지분율이 낮아진다면 신설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없다. 지주회사는 현행 20% 이상, 법개정 통과되면 30% 이상 보유 의무가 있다. 결국 재벌들이 돈 안들이고 LG배터리에 대한 지배권을 갖겠다는 의도로 보아야한다.

 

주총도 사실상 요식행위다. 전체 주주의 1/3만 참석해도 의결이 가능하며 (주)LG의 지분이 33.37%다. 자기주식수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6893만9926주)만 따져보면 비중이 34.17%로 늘어난다. 말그대로 의결권을 지배하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지분이다. 총 발행주식의 1/3 and 주총 참석자의 2/3가 찬성표를 던져야 안건이 통과되는데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약 65% 주주가 총집결해서 어떤 안건을 통과시키려해도 (주)LG 34%만 반대하면 무산되는 구조다.  

 

국민연금 지분율은 10.28%, 외국인 투자자는 38.7%, 국내 기관/개인은 16.7%다.

 

만약 이번 주총 참석률이 51.25% 이하일 경우 LG측 지분만으로도 참석 주주의 2/3를 넘겨 바로 통과된다. 반면 지난 3월 정기 주총처럼 참석률이 76.4%라고 가정할 경우 LG측 지분에 더해 약 1천100만주 이상, 지분율로는 약 16% 이상의 찬성표가 더 필요하다. LG화학이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함에 따라 주총 참석률이 더 높다고 보면 필요한 찬성표는 더 많아진다. 국민연금이 반대를 던진 이상, 캐스팅보트는 외국인 표심에 달려있다.

 

상법은 합병·분할합병·중요한 자산양수도에 대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인적·물적 분할을 하는 경우엔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LG화학 측 관계자는 "향후에도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LG화학 차원에서 돈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유에서 분할이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상장 전 투자유치나 상장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면서도 LG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 물적분할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엘지화학 시총은 약 50조원, 그 중 배터리 부문은 40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증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6조원~10조원 규모이므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중 20~30%를 IPO한다면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다. LG화학 차동석 CFO는 LG에너지솔루션의 70%대의 절대 지분율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할 재무상태는 대략 다음과 같다.

분할전 = LG화학 / 에너지솔루션

총자산 35조 = 25조 / 10조

부채 12조 = 8조 / 4조

자본 23조 = 17조 / 6조

 

LG화학은 에너지솔루션이 새로 발행하는 2억주를 모두 취득해 100% 지분을 갖는다. 1주당 금액은 500원으로 총 1000억원이 신설법인의 자본금으로 설정된다. 단 현금은 LG에너지솔루션에 몽땅 몰아줬다. 분할 전 현금성 자산 2.3조원 중 80%에 달하는 1.8조원을 신설법인이 가져가고 LG화학은 나머지 5000억원만 보유한다. 결국 몸통은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얘기다.

 

분할은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규칙은 없고 실무적으로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 분할비율은 "분할대상 부문의 순자산 장부가액"을 "분할 전 순자산 장부가액"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이는 곧 분할신주 배정비율 (또는 주식교환비율)이 된다. 분할 비율의 기초가 되는 장부가액은 분할계획서 작성일 전(보통 3개월 또는 6개월) 재무상태표의 표시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관행을 따르면 약 3:1로 쪼개지는 인적분할도 시총과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실제 상장은 2022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을 위한 단계별 절차를 통과하는 것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주주총회 등 분할 관련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돼야만 계획대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신설이 가능하다"며 "내년 중 상장은 현실적으로 빠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분할법인이 신설된 직후 주관사를 선정하더라도 기초 실사를 진행한 후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다보면 2022년은 돼야 상장이 완료될 것"이라며 "분할신설 법인의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중간에 아무 차질없이 다음의 과정을 통과해야 IPO가 완료된다.

10월 30일 주주총회 안건통과

12월 1일 물적분할 시행

이후 주관사 선정 > 실사 > 심사신청 > 승인 > 공모청약 > 상장

 

여기까지만 빨라도 최소 1년은 필요하다. 중간에 프리IPO를 통해 전략적 제휴기업들로부터 투자유치를 하거나 지분배분, 조인트벤처 설립, 혹은 해외증시 상장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2022년에야 신규법인 IPO가 최종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3가지다.

1. 다른 2차전지 회사에 투자한다.

2. IPO를 기다려서 그때 산다.

3. 지금 사고 주가상승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주가 향방이 중요한데 따져보면 결국 다음 문제로 귀결된다.

급변하는 2차전지 시장에서 IPO까지 1~2년 동안

 

물적분할로 인한 배터리기업의 가격할인

vs

분사를 통한 배터리기업의 가치증대+1년간 상승폭

 

어느 쪽이 더 큰가? 이다.

 

지배기업의 주가는 보유하는 종속기업의 지분가치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자회사가 번 돈을 모회사가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 30%~50%  할인가격으로 반영되며 차후 IPO에 따른 지분희석이나 신설기업으로의 수급 편향도 잠재적인 악재다. 다만 80% 이상의 절대지분을 영구 보유한다면 100% 지분보유와 지배력에서 별 차이는 없다. 

 

앞으로 시장 평가가 간접소유로 인한 할인율을 크게 적용한다면 LG화학 주가는 하락리스크가 커진다. 그러나 LG화학이 자체 주가관리 및 주주환원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분할로 인한 가치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인은 하락리스크를 높게 보고 매도물량을 쏟아낸 반면, 외국인은 분할 발표가 나온 이후 17~18일 이틀간 2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어떤 형태로 분할하든 배터리사업 독립은 해야하고 신규투자자금 유치 역시 필요하다. LG배터리는 앞으로 10여년은 계속 성장하게 될 글로벌기업이다. 그렇다면 길게 보고 주주와 윈윈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물적분할로 LG그룹이 원하는 지배권을 가져가겠다면 기존 주주에게는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를 제시해야한다. 특히 키를 쥐고 있는 LG화학 경영진에서 장기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하고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줘야한다. 이는 향후 IPO 주가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분사와 물적분할 발표가 나온 직후, 증권사 목표주가 밴드는 NH투자증권 75만원~ 미래에셋대우 105만원까지를 제시했으며 목표주가 평균값은 88만8750원에서 91만6000원으로 약 3% 상향됐다. 총 14곳에서 새로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중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KB증권이 목표주가를 15~30%가량 높여 잡았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기존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주가가 할인될 이유는 없다 또는 심지어 호재라는 의견을 뿌려놓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9월 21일 기준, LG화학 주가는 최고점 대비 -20%까지 하락했다. 이미 답이 나온 것이다.

 

주주반발이 거세지자 LG화학은 “기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M&A와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배터리 소재업체를 M&A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LCD 등의 기존 사업부를 매각한 자금은 OLED와 배터리 신소재 투자에 사용할 전망이다.

 

* 10월 3Q 컨콜

차동석 부사장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에 따라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분사를 통해 전지 사업에 최적화된 별도 조직을 구성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체계를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전지 사업을 100% 자회사 형태로 분할하면 보다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자 확대를 통한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굳건히 할 수 있다"며 "다른 사업 부문도 자체 창출되는 캐시플로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성장 잠재력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LG화학이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함으로 사업범위, 재무제표 등 모든 펀더멘탈 측면에서 현재와 동일하다"며 "이번 분할은 기존 주주들의 이익에 결코 반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부사장은 "IPO시 조달된 자금을 성장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이익은 LG화학과 LG화학 주주에게 대부분 돌아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작 주주가치를 어떻게 보장하고 환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고, 자기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역시 처음부터 주주 배려 따윈 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기타 사항

- 전지재료 전반에 걸친 사업 확대 및 M&A 예정

- 글로벌 생산거점 추가확보 검토중

- 스마트팩토리 도입 확대

- 화재 충당금은 매달 쌓아두고 있음

- 리튬황 배터리는 2024년 이후 경량 상용화 가능

- 전고체 배터리는 고분자 전해질 연구에 집중, 2028년 이후 상용화 전망

- 분할 후 LG화학 주총에서 에너지솔루션 경영보고 의무화

 

 

 

Posted by 영애니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