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도시’였던 프랑스 파리는 최근 ‘부동산 지옥’으로 전락하고 있다. 파리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9월 ㎡ 당 1만 유로(1318만원)를 돌파,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3.3㎡(1평)당 약 4350만 이상, 프랑스 전체 평균 집값보다 4배 비싸다. 참고로 한국은 근래 서울 모 아파트들이 평당 1억을 돌파했다.

파리 거주자의 70%는 월세 세입자다. 문제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파리 월세값은 40% 상승할 정도로 월세 세입자가 많다. 파리 뿐만 아니라 뮌헨·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가 가파른 집값 상승에 실거주용 주택이 부족해지면서 부동산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도시에 직장을 가진 주민들이 높은 월세에 못 이겨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이 공통된 사회 문제다. 앤 이달고 파리 시장은 “파리가 슬럼화하는 것을 막겠다”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건축 허가가 까다로운 프랑스 도시계획법 때문에 파리 시내의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파리 문화예술유산 보호규정 때문)

 

유럽이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금리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유럽의 부동산을 뒤흔들고 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싸도 너무 싸니 유럽 주요 도시의 아파트와 주택 시장이 빚잔치가 된것이다. 전례 없는 통화완화로 실물경기 회복 효과는 미미한데 부동산 거품은 커질대로 커졌다. 

 

세계 부동산과열 도시 - 독일,네덜란드,프랑스,캐나다,홍콩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사상 첫 마이너스 예금 금리(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금)를 도입한 이후 5년간 포르투갈·룩셈부르크·슬로바키아·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집값은 40%를 웃도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마드리드·스톡홀름·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의 집값은 30% 상승했다.

반면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더디었다. 지난 1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직장인 평균 임금은 2.7% 올랐다. 이 때문에 유로존 거주자의 월세·모기지 비용월급의 25%로, 20년 전 17%에 비해 크게 뛰었다. 월급을 받으면 1/4이 월세로 증발한다.

 

 

유럽 중앙은행 ECB는 시중은행들에 2014년 6월 마이너스금리를 첫 적용했고, 2016년 3월부터 마이너스 0.4% 금리 즉 돈을 맡기면 오히려 예탁료를 받기 시작했다. 19년 9월엔 마이너스 0.5%까지 내렸다. (미국 Fed는 초과 준비금에 대해서 금리 2%를 적용중이다)

 

실제로 현재 유럽에서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기는 쉽다. 유럽 주요 도시의 2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1%를 밑도는 수준이다. 금리가 기록적으로 내려가자, 개인은 물론이고 기관 투자자들까지 일제히 부동산 시장에 몰렸다. 이건 대출을 안받으면 바보가 되는것이다. 우리나라와도 몹시 친숙한 광경이다.


문제는 가격이 실수요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독일의 부동산값은 실제 가치보다 15~30% 높게 책정됐다며, 주택시장 거품을 경고했다.

ECB의 통화정책을 향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실물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인 데 반해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는 얘기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부동산 거품 붕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라며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UBS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유럽 집값에 거품이 꼈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은 주택 버블이 사회적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시민들이 정책 불만을 과격한 형태로 쏟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리는 안그래도 노란조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사회 리서치 기관인 막스 베버 센터는 “부동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총 18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전국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20%, 매매가격은 40% 상승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년간 도시 근로자의 월급이 11% 오르는 동안 평균 집값은 44% 올랐다"며 "이제 집은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청년들이 근로소득만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자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며 "높은 월세 때문에 지옥고 (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밀려나고 고시원에 거주하는 가구의 75%가 2030세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가 자가주택을 갖고 있고 자기 집에서 다니거나 집을 물려받지 않는 이상, 평범한 청년이 나홀로 독립해서 또는 서울로 올라와서 자수성가할 수가 없단 얘기다. 한국의 임금노동자 2천만명 중 월급 200만원 이하가 40% 이고 월급 100만원 이하가 10%다. 


2017년 5월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984만원이었지만 올해 10월에는 1189만원으로 오르면서 2년 반 만에 20.8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대구로 약 38% 상승했다. 딱 유럽 주요도시 수준의 상승률이다. 아직 한국 기준금리는 1.25%인데도 그렇다.

 

현재 평당 가격 (상승률)

대구 : 1453만원 (38.57%)

경남 : 1058만원 (32.71%)

대전 : 1198만원 (32.60%)

광주 : 1244만원 (30.48%)

서울 : 2670만원 (26.42%)

 

가격은 역시나 서울이 압도적이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3억624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1월에는 3억5567만원으로 16.1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도 6억635만원에서 8억8014만원으로 2억7379만원 올랐다. 상승률은 45.1%에 달한다. 이것도 유럽 수준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017년 대비 현재 40%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는 2017년 대비 평균 40% 오른 8억2376만원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부풀어오른 거품은 규제로는 막을 수 없다. 규제로 눌러봤자 언젠가 눌린 용수철처럼 크게 튀어오르게 돼 있다. 보다 현명한 방법은 유동자금이 흘러갈 다른 자산시장, 건전한 투자대상으로 옆길을 터주는 것이다. 이대로 전세계가 저금리를 계속 방치한다면 다음번 세계경제 위기는 빈부격차가 얽힌 부동산 도화선으로 터질 가능성이 있다.  

Posted by 영애니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