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연 스웨덴이 5년만에 종료를 선언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12월 19일 기준금리인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RP) 금리를 종전 -0.25%에서 0%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5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시작한 스웨덴이 결국 통화정책을 되돌린 것이다.

스웨덴 금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게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스위스, 덴마크 등이다. 스웨덴의 금리 인상 결정이 전해지자 다른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전날 -0.247%에서 장중 -0.21%로 올랐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영국 국채 수익률도 각각 5bp, 3bp 상승했다. 

 

스웨덴 기준금리

 


스웨덴은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단행했지만 5년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4.4%에서 2016년, 2017년 모두 2.4%로 떨어졌다. 올해는 1.2%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스웨덴 물가상승은 1.7%로 목표치(2%)에 미달했다. 한국은행이나 릭스방크나 동병상련이다.

 

스웨덴 릭스방크가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린 부채 급증이라는 부작용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웨덴 부동산지수가 2015년 1분기 621에서 2019년 3분기 798로 30% 가까이 급증했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계 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8배를 넘어섰다. 참고로 한국은 중위가구 가처분소득은 4730만원에 부채는 7910만원으로 1.67배 정도 된다. 스테판 잉베스 릭스방크 총재는 "주택시장이 금융 안정과 경제에 모두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의 민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GDP의 285.7%에 달했다. 한국 가계부채가 GDP의 95% 수준인걸 감안하면 얼마나 빚잔치를 벌였는지 알 수 있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표적 부작용과 관련해 "가계의 저축 기피, 비은행권의 과도한 위험 부담 조장, 좀비기업 존속으로 인한 성장 잠재력 약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대출이 남발되면서 한계 기업들이 속출돼 경제 전반의 체질도 약해졌다.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연기금과 보험사들도 경영난에 빠졌다.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면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기존의 국채 등 안정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위험성이 높은 자산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당 금융기관 고객들 역시 투자위험에 노출된다. 무엇보다 노후를 담보하는 연금과 보험이 흔들리는 건 뼈아프다. 율리치 루크만 코메르츠방크 통화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릭스방크가 수년간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편 뒤 백기를 든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 중인 ECB와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향후 행보다. 스바스테인 갈리 노르디아애셋매니지먼트 전략가는 WSJ에 "릭스방크의 이날 발표를 바탕으로 보면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끝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이와시타 마리다이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과 일본은 여전히 불안한 경기 모습"이라며 "ECB BOJ가 당장 추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번 릭스방크 회의에서 참석 위원 6명 중 2명은 금리 인상을 유보해야 한다고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일단 제로 금리로 돌아왔지만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흐름이 '양적완화'에서 금리 인상으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자 신흥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WSJ는 2019년 신흥시장 기업들이 발행한 정크본드 규모가 118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미국도 마찬가지다. 9월15일 WSJ에 따르면 고금리 정크본드들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미국의 ‘악성채권비율(Distressed Ratio)’이 8월 9.4%로 7월의 6.2%에서 급등하며 2016년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추이를 보면 9월 7.6%, 10월 8.5%로 여전히 높은 상태다.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리파이낸싱(Refinancing·차환)’에 필요한 새로운 자금 유입이 필수적인데 금리가 오르면 리파이낸싱도 원활하게 되질 않는다. 불량채권을 발행하거나 거래한 회사들은 도미노 신용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만일 지금이 세계금리의 변곡점이라면 당분간 돌아가는 경제 상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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