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제도

1. 고정환율제도 (fixed exchange rate system)

2. 자유변동환율제도 (free floating exchange rate system)

3. 중간형 환율제도

 

1. 고정환율제

 

외환의 시세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환율제도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면 환율 변동의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정책의 자율성, 특히 물가정책을 실시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율을 계속 유지하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실시할때마다 무역수지를 고려해야하는 제약이 따르고 자본이동도 제한이 걸린다. 또한,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되거나 대외 불균형이 지속되면 환투기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약점이 있다.

 

페그제로 환율변동이 없다면 기준금리도 미국의 기준금리를 그대로 따라가야한다. 환율은 그대로인데 금리균형이 맞지 않으면 자본이 유리한 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달러에 자국환율을 그대로 연동시키는 페그제 환율이 있다. 홍콩은 1983년부터 현재까지 40년 가까이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1995년부터 정한 미국 달러 당 7.7~7.8 홍콩 달러 대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묶어뒀던 '달러 페그제'를 2005년에 폐지했다.


한국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는 0.8~0.9 정도로 굉장히 높다. 위안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한국인데 현재 원/위안 환율은 165.5원 정도다. 외국인들은 중국경제가 안좋다 싶으면 투자자금을 자유롭게 빼기 어려운 중국 대신 한국 주식, 채권 등 원화자산을 선제 매도해버린다. 어차피 비슷하게 움직이니까 매수매도가 편한 한국 금융시장을 이용해서 위험 헤지를 하는 것이다.

 

peg : 못, 고정집게

원래 고정환율제는 19세기 영국 식민지에 적용한 제도였다.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하지 못하고 일정 수준에서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페그제’라 부른다. 페그(peg)란 무언가를 고정시키는 ‘말뚝’ 또는 ‘못’이라는 뜻이다. 1933년 미국 닉슨이 폐지했던 금본위제도 페그제로 볼 수 있다. 

 

고정환율제는 자국의 통화 가치가 시세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노린 국제 환투기 세력들의 표적이 되어 엄청난 손실을 입기도 한다. 94년 멕시코, 97년 대한민국, 태국, 인도네시아, 98년 러시아, 99년 브라질, 2000년 터키, 2007년 아르헨티나, 2015년 스위스까지 페그제를 유지하다 외환위기를 겪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줄줄이 페그제를 폐지한 역사가 있다.

 

그런데 스위스도? 탄탄한 은행으로 유명한 스위스까지?

 

(1유로=1.2스위스프랑) 으로 유로화에 연동된 페그제를 쓰던 스위스는 2015년 1월 전격적으로 페그제를 폐지했다 . 이는 계속되는 유로화 가치 급락에 따른 자국 통화(스위스프랑) 가격을 지키기 위한 스위스 정부의 결정이었다. 끝없이 계속되는 유럽의 경기 악화와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인하, 양적완화 정책이 페그제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ECB가 국채를 매입하면서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풀린 유로화 가치는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급등한다. 이걸 버텨내고 페그제를 유지하려면 스위스정부가 유로를 엄청나게 매입해서 유로화를 빨아들여야하는데 이미 유로자산이 넘쳐나는 스위스중앙은행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위스프랑 가치가 오를수록 스위스산 상품 가격도 상승하므로 스위스 수출업체는 타격을 입는다.

 

고정형 → 변동형

 

2. 변동환율제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해지도록 하는 환율제도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므로 국제유동성 확보가 용이하고 외부충격이 환율변동에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단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외부충격의 흡수 능력이 미약한 개발도상국은 환율변동성이 높아질때마다 경제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자본이 한번에 빠져나갈때 자국통화 방어수단이 없는게 약점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주요 5개국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하여 중간단계를 거친 후, 1990년 3월부터 시장평균환율제도로 변경하여 환율의 일일변동 허용폭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그 배경에는 80년대 무역흑자와 1988 10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을 받은 사건이 있다. 그리고 1997 12월 16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의 압력으로 변동 제한폭 10%를 완전 철폐하고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과 외환을 사고 팔 때, 전날 계산된 매매기준율을 매일 아침 최초고시받은 후 외환 조달비용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사람들은 은행별 환율을 비교해본 후 싼 곳으로 찾아가고, 비싼 은행은 자연히 환율이 내려가고 하는 식이다. 매매기준율은 전날 거래된 총 외환가격을 가중평균해서 계산한다. 어제 대부분의 거래가 1달러 1160원 선에서 체결됐다면 다음날 아침 9시 환율은 1160원으로 시작해서 자유롭게 변동하는 것이다.

 

3. 세계의 환율제도

 

국제통화기금 IMF의 2015년 환율 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188개 회원국 가운데 환율 페그제 국가는 59.7%였으며 변동환율제는 35.1% 였다. 나머지 5.2%는 기타로 분류됐다.

 

1. 하드페그제 (hard peg) 12.6%

2. 소프트페그제 (soft peg) 47.1%

3. 관리변동(floating) 19.4%

4. 자유변동(free floating)은 15.7%

5. 기타 5.2%

 

(숫자고정형) 1 ← → 4  (시장변동형)

 

사실상 중간단계인 소프트페그 제도가 가장 많다. 소프트페그제는 fixed but adjustable, 즉 기본적으로는 고정이지만 정부의 조정이나 개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하드페그제는 개입이 없는 완전고정 환율제도다. 

 

 

페그제 국가는 2008년과 비교해 7.6%p 증가했고 변동환율제 국가는 4.8%p 감소했다. 미국 달러화를 직접 쓰거나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연동하는 국가는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65개국으로 집계됐다. EU 19개국 포함 유로화 연동 환율제를 쓰는 나라는 26개국이었다.

 

페그제는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의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달러화의 강세에 따라 해당 나라들이 몸살을 앓기도 한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연동해서 관리하다가 13국의 '통화 바스켓' 으로 바꾼 것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은 대부분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국제유가 급락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도 페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는 지난 30년 동안 미화 1달러를 3.75리얄로 고정해 환율 안정성을 누려 왔으나 유가가 급격히 떨어져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재정이 악화하자 페그제 포기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자유변동환율을 쓰지만 금융 및 외환시장이 취약한 신흥국은 고정환율제도를 선택하여 중앙은행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다. 단,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달러 발행국인 미국의 기준금리를 추종해야만 한다. 이것은 달러 페그제 시행 시 환율 유지 외에 다른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중국-미국 환율전쟁

 

중국은 위안화 환율의 변동 허용범위를 인민은행이 고시한 환율의 ±2%로 제한해 위안화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다. 고정까지는 아니지만 시장보다 인민은행과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는 환율제다. 이를 관리변동환율제라고 하는데 1994년 위안화 환율을 단일화하면서부터 실시했다. 아시아 외환위기때는 완전 고정환율 (1$ = 8.28Yuan )로 달러 페그제를 썼다가 2005년에 복수통화 바스켓환율제로 전환했다.

 

1998년-2005년 위안 환율은 고정직선이다

 

위안화 가치가 낮을수록 중국이 수출하는 상품 가격은 떨어져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기에 계속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는 절상(切上) 압력을 가해왔다. 만약 위안화 환율이 미국처럼 자유변동제라면 흑자가 커질수록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도 상승하여 미국의 무역 적자는 감소하게 된다. 자유변동환율제는 이처럼 무역수지 자동조절 기능이 있어 국가간 환율분쟁 소지가 줄어든다 .

 

2005년 이후 미국이 평가절상을 계속 요구하자 이후 10년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33% 끌어올리게 되는데 2014년에는 달러당 6.06위안까지 올라갔고 2018년 3월에도 6.29위안을 기록했다. 

 

 

2019년 8월 포치 돌파

 

2019년에는 다시 7위안 (포치)으로 절하하면서 결국 미국에게 '환율조작국 지정' 크리티컬을 얻어맞았다. 2019년 USD/CNY 환율 최고치는 9월4일의 7.18 이다.

 

달러-위안 환율 역사

 

5. 삼불원칙

(impossible trinity, trilemma)

 

어떤 환율제도라도 통화의 안정성, 국제 유동성 확보 (외화자산 또는 외환보유고), 통화정책 자율성의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 변동환율제는 유동성과 정책자율성은 좋지만 안정성을 포기해야한다. 반면 고정환율제는 통화 안정성과 어느 정도의 통화정책 자율성은 있지만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국제 유동성 확보에는 불리하다.

 

그 외 어떤 환율제도를 쓰더라도 세 가지 동시 충족이 불가능한 것을 삼불원칙이라고 한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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