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카드가맹점 수수료인하 정책으로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중금리는 보통 신용등급 4~7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6~18% 정도 금리의 대출을 말한다. 5% 이하의 저금리는 신용등급이 좋은 1~3등급을 대상으로 하고 중금리 대상자는 그 다음 신용등급자가 대상이다. 8~10등급 저신용자들은 20% 이상의 고금리를 쓸 수 밖에 없다. 

 

전체 신용대출 이용자 약 1500만명 중 700만명 이상이 중금리 수요자로 추정된다. 1금융권 사잇돌 대출이나 2금융권 사잇돌2 대출은 모두 중금리 대출이다. 2018년 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총 공급액은 약 6조원으로 17년보다 60% 늘었는데 이 중 사잇돌대출이 1조 8341억원, 민간 중금리대출이 4조 1594억원이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48.3%), 여신전문금융회사(31.9%), 은행(14.9%), 상호금융(4.9%) 순으로 점유율이 높았다. 여신전문사는 카드사나 캐피탈처럼 예금은 받지 않고 대출만 취급하는 금융사를 말한다.

 

7대 카드사 중 현재 업계 꼴찌가 하나카드인데 하나카드도 올해는 중금리 카드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98억원을 기록했고 전년 동기보다 37.8%나 이익이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원래 현대캐피탈 등 자동차 할부금융이 강점인 카드고, 다른 카드사 5곳(신한‧국민‧삼성‧우리‧롯데)은 대출규제 완화 이후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2018년에만 약 7402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취급했다. 최대 대출한도는 5천만원 이하까지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레버리지비율(총자산/자기자본) 산정 시 중금리 대출 관련 자산을 총자산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준 것이 중금리론 출시의 동기다. 레버리지비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의 부채의존도를 나타낸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감독규정상 카드사의 레버리지 배율은 6배를 넘을 수 없다. 이 배율을 캐피털업체 수준인 10배로 올려달라는 것이 카드업계 요구였지만 무산됐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레버리지비율상 어차피 같은 금액의 대출을 할거라면 고금리 신용대출에 초점을 맞춰왔다. 장기카드대출로 약 연 9% 마진율을 내고 있었고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2.5% 내외였다. 그러자 금융위원회가 중금리 대출금액은 레버리지비율에서 면제해주는 당근을 꺼냈던 것이다. 이 여전법 개정으로 중금리 대출이 총자산에서 빠지게 되어 그만큼 카드대출 취급을 늘릴 수 있었다. 그밖에 대출을 전체 자산의 30% 이하로 유지해야하는 규정에서 중금리는 대출액의 80%만 반영되고 대출총량 증가 연 7% 이하 규정에서 제외되는 이점도 있다.

 

단, 카드사가 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출시한 중금리상품의 평균금리를 11%로 유지해야 하고, 최고금리도 14.5%를 넘을 수 없다. 이는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과 비교해 약 5.5% 포인트 낮은 수치다. 위 카드사 대출상품들을 보면 신기하게 최대금리가 14.40%로 모두 비슷하게 맞춰져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금융위원회는 단계적 대출금리 인하와 함께 고금리대출을 제도권 중금리 상품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중금리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고신용자들처럼 확실히 갚을거란 보장이 없다. 서로 다른 신용도들이 매우 여러가지로 섞여있는 계층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중신용자나 저신용자나 똑같이 '고금리'를 물렸다. 중신용자들은 20% 대 이자를 내기는 억울하고 그래서 아래와 같은 금리의 양극화, 금리단층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비율 상향은 불허하고 대신 카드사에 신용정보조회 (CB) 사업을 허가한 바 있다. 각자의 신용평가모델로 신용등급을 적절히 걸러낸 다음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달라는 주문이다. 중금리 대출은 우량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상환력이) 괜찮은 고객을 판별하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기존의 주먹구구 금리산정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서울보증보험을 끼고 보증료를 통한 신용도 세탁을 하는것은 한계가 있다.

 

금융사들이 중금리 상품을 차례로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 자리를 잘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올해 데이터 3법이 어떻게 통과되느냐, 빅데이터 신용평가기술을 포함한 신용조회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느냐에 따라 중금리 대출정책의 성패가 갈릴 듯 싶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유리한건 카카오뱅크나 결제정보를 갖고 있는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이다. 네이버페이나 삼성페이는 지금 굳이 CB사업에 뛰어들것 같진 않다. 

 

카드론 추이 (단위:백만원)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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