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요국 중앙은행으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페북 리브라가 미 의회에서 물먹은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조만간 국가가 보증하는 디지털화폐를 실제 발행하고 유통시킬 것을 시사했다.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온데다가 중국 내에서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퍼짐에 따라 디지털 화폐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다. 디지털화폐 선제 발행은 어쩌면 지난 수십년간 유지돼온 미국 달러 패권을 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중국이 검토 중인 디지털화폐는 법정화폐의 디지털 버전이다. 비트코인 같은 투기성 민간 가상화폐와는 다르다. 비트코인이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하고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정한 반면,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지급 보증을 한다는 점에서 공신력이 매우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020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해 연구 전담조직,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 같은 근본없는 투기화폐는 어둠의 세계에서 쓰일수밖에 없지만,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법정화폐라면 이건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중국 금융관계자들들은 위조방지, 자금세탁, 탈세 방지 효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송금이 간편해지고 신속해지는 것도 중요한 효과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거래는 여러 단계를 거쳐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계좌 간 자금이동이 2~3일까지 소요되지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각종 결제 업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인민은행은 페이스북 리브라가 중국에 침투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고 미국기업이 중국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먼저 방어해야한다고 보는 듯 하다.

 

 

70년 이상 유지돼온 기축통화 미국 달러패권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그 위상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어떤 곳에서든 2등은 늘 1등 중심의 기존 체제를 흔드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다만 위안이 아직 국제 결제에 널리 쓰이는 화폐가 아닌 이상 그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이 수년째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했지만, 현재 국제 결제에서 사용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미국 연준(Fed)은 달러 패권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리브라 발행이나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국 경제규모가 영국을 넘어서고서도 70년이 지난 다음에 겨우 달러화가 파운드화를 넘어섰다. 위안화의 국제화 역시 느린 과정일 것이고, 중국 경제가 아직 미국은 넘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10년, 20년 뒤라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확장되고 미국을 앞설 경우 결국 결제 통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 이때 디지털화폐가 갖춰져있다면 그 간편성과 신속성이 느린 변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들과의 국제송금이나 무역결제에 이 디지털화폐를 써먹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전략은 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포괄하는 거대경제 네트워크, 즉 탈미국 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잇는 국가들에 인프라 건설뿐만 아니라 금융지원도 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적당한 당근을 내밀고 국가간 전자상거래와 대금 결제에 중국 디지털화폐를 사용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Posted by 영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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