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의 미 상원 탄핵 증언이 나오기 전에 트럼프가 선빵을 때렸다. 

 

1월 8일경부터 워싱턴 의회에서는 상원에서 Impeach Trial, 탄핵을 심의하고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트럼프가 워싱턴에 오면 다시 탄핵 정국이라는 이 수렁에 본인이 들어가야만 되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이 정신나간 트럼프는 이란군 최고장군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라는 아무 명분없는 군사명령을 내렸다.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은 지난 3일 이라크에서 드론 공습으로 피살당했다. 이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적반하장 격으로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을 보복한다면 이란 내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고 트위터로 협박했다. 그러나 하메네이는 290을 언급하며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맞불을 놨다.

 

52는 미대사관 직원 52명이 인질로 억류됐던 1979년 미국 외교사의 굴욕 사건을 의미하고 290은 1988년 미군이 이란여객기를 격추하여 290명이 사망한 사건을 의미한다.

 

1988년 7월 3일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를 떠나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IR655 편을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사일로 격추했다. 여객기에 탔던 승객과 승무원 290명(어린이 53명. 비이란인 46명 포함)이 전원 숨졌던 사건이 있었다.

 

이렇게 트윗질로 과거를 꺼내 전쟁분위기를 부추기고, 유가급등, 핵문제 이런 기사들이 도배되기 시작하면 이제 당분간 워싱턴에는 탄핵 뉴스가 나오질 않는다. 이란 현지뉴스, 징병문의 검색이 현재 구글 검색창을 달구고 있다. 정치쇼라고는 해도 이렇게 전쟁 위기가 되면 미국은 벙어리가 되고 정부 비판을 자제하는 특징이 있다. 대통령한테 모든 권한이 가기때문에 본인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탄핵이 이슈화되기 직전 트럼프가 선빵을 때린것이다.

 

또한 11월 재선을 겨냥하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였던 미국내 유대인의 표를 얻기 위해 이스라엘의 적인 이란을 때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이곳을 지나며 한국으로 들여오는 원유의 70~80%가 이곳을 통과할 정도로 중요한 수송로다. 이 중 유조선이 지날 수 있는 실제 폭은 3km 정도로 매우 좁은데 이 구간이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 이란이 미국에 타격을 주기위해 봉쇄한다고 하는 해협이 바로 이곳이다. 다만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떨어졌다.

 

 

 

트럼프가 짹짹이로 52곳 타격을 언급한 배경은 아래와 같다.

 

1979년 2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반미 이슬람 혁명을 일으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것이 첫 계기였다. 이란 이슬람혁명 9개월 뒤인 1979년 11월 4일 이란의 강경 반미 성향의 대학생들이 주테헤란 미 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인질로 삼아 444일간 억류했다.

 

미국은 이들을 구하려고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폈으나 실패했다. 미 대사관을 점거한 대학생들은 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모하마드-레자 팔레비 왕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1980년 미국은 이란과 단교하고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 시아파와 미국의 기나긴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유례없는 자국 대사관 점거·인질 사건에 굴욕을 당한 미국이 당시 수니파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원해 이란과 8년 전쟁(1980∼1988년)을 사주했을 만큼 이 사건은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이란과 1981년 내정에 다시는 개입하지 않고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알제 합의'를 맺고 인질 사태를 해결한다. 억류 기간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다 2020년 1월 3일 결국 트럼프가 거대한 병크를 저질렀다. 솔레이마니 사망과 국장 장례식 이후 이란을 필두로 한 이슬람 시아파 세력은 보복을 결의했고, 급기야 이란은 5일(현지 시각) 사실상 핵 개발 재개를 선언했다. 다만 핵 합의 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지는 않았다.

 

이란이 제한 없이 우라늄 농축을 할 경우 18개월 안팎이면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서방 정보기관들은 추정한다. 이란은 사정거리 2000㎞짜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유럽까지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쥐면 이란과 대치하는 이스라엘이 핵무장을 공식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핵무장을 서두르는 '핵 도미노'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사우디도 핵 개발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란 핵무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나설 경우 두 나라 간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솔레이마니 사건으로 이란이 자존심에 타격을 입자 즉각 '시아파 벨트'가 똘똘 뭉치는 것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시아파는 이슬람 최대 종파인 수니파 다음가는 분파로 맹주인 이란을 따라 반미(反美) 성향을 띤다. 이라크·시리아와 함께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무장 세력까지 아우른다.

 

시아파 무장 세력은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바그다드 내 미국 대사관 인근으로 연일 로켓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당하고도 얌전히 넘어갈 분들이 아니다. 헤즈볼라를 이끄는 하산 나스랄라는 5일 "미군 기지, 전함, 군인을 포함한 중동 내 미군을 (테러) 표적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처럼 범 이란계 무장 세력이 게릴라식 항전을 벌이면서 솔레이마니 제거에 따른 후폭풍이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유럽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목에 현상금 8000만달러(약 930억원)를 걸며 이 돈을 마련하자는 모금운동까지 벌어졌다. 이란 국영 방송사들은 5일 솔레이마니 장례식을 중계하며 "국민 8000만명이 1달러씩 내서 트럼프를 죽인 사람에게 주자"고 했다. 이라크 의회는 5일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니파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친이란 시아파 의원들이 뭉쳐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이란이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을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아파 성지에서 먼저 치르고 시신을 이란으로 운구한 것도 시아파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동맹국간 대리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중동지역 동맹국들은 이란의 보복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미국의 공습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이란에 손을 내밀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솔레이마니 장례식

 

* 1월 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

 

AP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미사일 부대가 이번 공격을 개시했으며, 이번 작전의 이름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이름을 따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명명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미국을 "최악의 사탄"이라고 부르며 "미국이 그 어떤 대응에 나선다면 더 큰 고통과 파괴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국영 TV에 밝혔다.

 

알아사드 공군기지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州)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했을 때부터 이곳에 주둔해왔으며, 최근에는 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펼쳐온 미군 기지다.

 

이란과 미국의 거리는 약 1만 1650km다. 

 

 

* 현지시간 1월 8일 (오후)

트럼프가 꼬리를 내렸다. 블러핑으로 엄포를 놓았던 52곳 군사적 반격 대신 경제 제재로 선회하고 미군 사망자는 없다는 것으로 대국민 발표를 매듭지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이란 상황과 관련해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못하도록 하는 ‘전쟁 권한 제한’ 결의를 표결에 부치겠다고도 발표했다. 이란도 내심 확전을 원하지 않는 눈치지만 트럼프 역시 내부 반발에 크게 역풍을 맞고 있다.

 

사망자가 없었던 건 2천여명의 미군을 미리 철수시키고 일부는 벙커로 피신시켰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기지에 남은 병사들은 벙커 등 방어시설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간 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벙커 안에 머물렀다. 

 

 

 

* 1월 11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초특급 병크를 저질렀고 이란정부가 결국 시인했다. 지난 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를 미국 공습으로 오인하고 격추시켜버린 것이다. 탑승자 176명 가운데 82명은 이란인이고 63명의 캐나다인도 대부분 이란과 캐나다 이중국적자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미사일 격추 사실을 뒤늦게서야 시인한 정부를 향한 이란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란 정부가 여객기 추락 원인을 은폐한 데 대한 배신감이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도 이란 내 반정부 여론을 부추기며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영어와 페르시아어(이란어)로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아 이때를 놓칠쏘냐 하고 즉각 촉새짓을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이란은 이제 협상장으로 끌려나올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미군기지에 쏜 미사일도 미국측에 정보를 다 흘려놓고 짜고치는 고스톱, 그저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었느냐 하는 비판도 나오고있다. 

 

항공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되는 영상 (NYT)

 

Posted by 영애니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