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채권은 09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에서 비롯된 희한한 현상이다. 돈을 빌려주는 쪽이 손해를 본다니, 이는 자본주의의 기본 전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2009년 스웨덴 릭스방크가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0.25%)를 실시한 이래,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 2016년 일본은행(BOJ)에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했다. 14개국이 마이너스금리를 시행하고 있으며 스웨덴, 스위스, 일본 등에서는 마이너스 국채 발행 물량이 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채권 중 마이너스채권의 비중은 1/3을 넘어섰고, 금리 5% 이상의 고금리 채권의 비중은 20년전엔 50%, 10년전에는 16%, 현재는 3%까지 감소했다.
마이너스 채권 발행의 주 목적은 유동성 확대다. 저성장 디플레를 타개하기 위해 돈을 강제로 푸는 것이다. 스위스와 스웨덴은 유럽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절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따라 낮췄다. 각국 중앙은행에서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한다면 개별 시중은행은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야한다. 마이너스금리라도 돈을 맡기는 이유는 현금을 직접, 따로 보관하려면 보안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가 -1%를 넘으면 보관비용보다 이자비용이 더 커지므로 설령 마이너스금리가 보편화되더라도 -1%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는 어떨까? 이 경우는 추가금리 인하에 베팅한 경우다.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었더라도 앞으로 금리가 더 내려간다면 채권의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채권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서는 마이너스 채권만 따로 제외하기도 힘들다. 거래되는 채권의 1/3이 마이너스채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나라에 플러스채권이 있는데도 마이너스채권을 사는 이유가 뭘까? 플러스채권은 대개 이머징국가라서 불안정하기 때문일까?
그 주 원인은 환율과 달러 스왑비용에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7%, 독일국채 10년물은 -0.48% 인데 듀레이션은 같으니 독일 대신 탄탄한 미국채를 사면 2.15%나 수익이 생긴다. 그러나 환헤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문제다. 유로/달러 스왑레이트는 2.57%로 금리차익을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해버린다. 사실 이 외환 스왑비용과 환율 균형이 맞춰지는 가격에서 국채금리가 결정된다. 스왑비용을 내고도 금리차익이 더 크다면 해당국가의 국채로 수요가 쏠리면서 그 국채금리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금리가 보편화되면 장기채권 비중이 높은 연기금과 보험의 수익률이 감소하고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손해를 보는 것이 마이너스 국채다. 만기가 되기 전, 더 낮은 금리가 되었을때 누군가 채권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는 기대가 채권가격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한계가 -1%까지라고 본다면 기존과 달리 경제침체기에 채권의 헤지효과가 약해지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발병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전통의 안전자산인 독일국채와 미국국채의 가격상승은 주가하락폭에 못 미쳤다.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헤지효과는 있지만 전체수익률을 방어하는 역할은 약해진 것이다.
BCA 리서치의 유럽 수석투자전략가 다발 조시는 금리가 -1% 수준보다 더 낮아지면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느니 차라리 현금을 은행 금고에 보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 한도가 이론적으로 존재한다면 안전자산으로서의 채권 역할은 줄어들 것이고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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