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공매도를 살펴보자.
주식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식이 하락했을 때 싼값에 사서 갚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시장거래의 유동성 확보, 과열방지를 명목으로 실시되고 있는 제도지만 실제로는 주가를 하락시켜 차익을 얻기 위해 남용된다. 코스피에서는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대차 (주식대여)를 해야한다. 대차없이 하는 무차입 공매도 (네이키드)는 불법이다.
사실 한국의 공매도 비중이 높은 건 아니다. 2019년 국가별 공매도 비중은 미국 39.6%, 일본 36.6%, 홍콩 13.7%, 한국 6.4% 수준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공매도 세력은 외국인이 70%, 기관이 30%로 개인은 1%도 되지 못해 외국인과 기관에만 유리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2019년 공매도 총거래금액은 약 103조원) 2010년 이후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중 94%가 외국계 투자회사인데 처벌도 솜방망이라 겁없이 계속 불법 공매도를 때린다.
2019년 코스피 거래대금 중 6.5%가 공매도였고 코스닥은 2.4%가 공매도였다.
공매도 세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폭락장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 무차입 공매도와 업틱룰
차입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보유한 채 파는 개념이라면, 무차입 공매도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거래만기일(3일) 전에 주식을 구해 상환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업틱룰은 공매도 집중으로 인한 주가 하락 가속화와 투자심리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호가내는 것을 금지하는 거래소 규정이다. 다만, 현물과 선물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원활한 균형 가격 발견을 위한 차익거래 등에는 업틱룰 적용을 배제하는데 이 예외조항이 악용될때가 많다.
주식 대차잔고는 2018년 5월 정점을 찍었다가 2020년 1월 이후 다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한몫 보려는 심산이다. 대차잔고 전부가 공매도 물량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공매도로 쏟아져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에는 악재다.
대차잔고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셀트리온, SK하이닉스 순이다. 2월 공매도 대금은 일평균 6600억원 수준으로 1월의 두배로 급증했다. 공매도 외에는 ETF의 유동성 공급이나 매수청구권, 의결권 지분을 위해 빌리기도 한다.
2월 코스피 하루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5천91억원 중 외국인 거래대금이 2천541억원으로 49.9%, 기관 2천506억원으로 49.2%, 개인 투자자는 44억원으로 0.9% 수준이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이 74.9%로 압도적이고 기관 22.8%, 개인 투자자는 2.4% 였다. 코스피가 무려 4% 이상 빠진 3월 9일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8933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수집된 2017년 5월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매도에서 개인이 소외되는 이유는 까다로운 공매도 절차 탓이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증권금융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주식대차시스템을 통해 쉽게 다른 기관의 주식을 빌릴 수 있다. 기관보다 신용도와 자금력 등에서 딸리는 개인에게 증권 차입은 사실상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증권사 역시 개인의 소량 공매도 수요에 맞춰 공매도 물량을 원활히 제공하지 못한다.
공매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두차례, 한시적으로 금지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식 규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가총액이 큰, 즉 주가 조작이 어려운 기업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가하는 제도다.
* 과열 공매도 금지 기준
3월 10일~6월 9일까지 3개월간 금융당국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지정 대상을 확대하고 공매도 금지기간을 지금의 1거래일에서 10거래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예를 들어 코스피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보다 3배 이상 증가하면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평소'는 직전 40거래일간 공매도 거래대금 평균값을 뜻한다. 장 종료 후 거래소가 지정된 과열종목을 발표하면 해당종목은 오는 11일부터 10거래일(2주)간 공매도가 금지된다.
공매도 과열 종목은 2019년 1년간 코스피 96건, 코스닥 594건이 지정된 바 있다. 올해는 약 석달간 코스피 총 40건, 코스닥 총 217건이 지정되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번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 강화로 현행 기준 대비 약 2배 지정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종목에 대해 하락 가속화를 방지하기 위해 2017년 3월 도입됐다.
어차피 공매도가 판치는 것은 대부분 경제위기 때다. 정상 상태나 주가가 과열될 때의 공매도까지 제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락장을 틈타서 힘으로 더욱 주가를 깔아누르는 것이 공매도다. 공정한 시장가격 형성과는 정반대 위치에 있다. 위기때 시장 안정을 위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실시하면서 공매도 금지는 할 수 없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과열지정제도의 효과도 의문이 있다. 이미 공매도가 급증해서 주가가 하락한 다음에야 사후 약방문으로 10일간 금지되기 때문이다. 주가하락의 근본원인이 공매도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위기때 비정상적인 하락을 가속시키는 것은 공매도다.
현재 코스피 과열지정
: 파미셀, 한화생명, 부광약품, 동성제약, 두산중공업, 두산, 두산퓨얼셀, 키다리스튜디오
코스닥 과열지정
: 씨젠, 아이티센, 디엔에이링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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