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미 하원에 이어 11월 19일 상원에서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HK HR & DA)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HKHRDA는 Hong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의 축약어다. 미국 강경파의 승리이며 이로써 미중 대결이 좀더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을 주도했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표적 대중매파다.
홍콩 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 무역, 비자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에는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근거해, 미국이 홍콩과의 분리된 무역·외교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홍콩 자치'에 대한 연례 평가를 수행할 것
△ 홍콩인들을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한 것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부동산 자산을 동결할 것
△ 시위 활동으로 체포된 홍콩인에 대한 비자 거부권을 포기할 것
△ 홍콩이 미국의 수출 규제와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간 평가를 수행할 것
말이 인권법이지 언제든 중국을 경제적으로, 그리고 특정 인물로 타겟팅해서 때릴 수 있는 카드를 법안화시킨것이다. 미국은 경제적인 이득에 따라서 약속을 지킬수도 있고 언제든 깰 수도 있다. 1979년 대만 정부를 갑자기 불인정한 것도 그렇고 쪼그만 홍콩이 아닌 중국본토에서도 수없이 자행되는 인권탄압의 증거들을 보고도 묵인하는 것이 미국의 본질이다. 법안 항목에 매년 평가를 통해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조종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들어있다.
이 법안은 상하양원의 조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안에 법안에 서명하거나 거부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이 같은 법안을 통과시키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사전에 천명한 바 있다. 중국 특기가 자국에 불리하기만 하면 협박하고 보복하는 것인데, 과연 그게 현재의 미국한테도 통할까?
그건 트럼프가 알아서 할일이고 역시나 상원은 보란듯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달 하원이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켰을 때도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성명을 내고 "미국 하원이 이른바 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킨 것에 강한 분노와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해당 법안이 마침내 상원까지 통과되면 중국뿐 아니라 중미 관계와 미국의 이익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를 했었다. 자, 이제 상원까지 통과시켜버렸는데 그럼 이번엔 어떻게 나올까? 또 먹히지도 않는 경고를 되풀이할까?
잠시 홍콩 문제를 되짚어보자.
홍콩 문제의 도화선은 홍콩을 중국 정부의 사법체계에 포함시키는 '범죄인 송환 조례'를 강행 통과시키려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시도에 맞서 시작됐다. 이 조례는 홍콩의 자치의 원칙 중 하나를 위반하는 것이었다. 이제 조례안은 철회됐지만 홍콩 시민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정치를 요구하는 중이다.
홍콩 시민이 직면한 문제는 단지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 정치의 장 위에 놓여있다. 홍콩의 모순적인 지배구조에 깔려있는 역사적·지정학적 맥락과, 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홍콩인들, 이를 저지하는 홍콩과 중국 정부의 폭력, 경제문제 이러한 것들이 맞물려있다.
홍콩 시위가 발생한 직접적 원인은 3월 29일의 '범죄인 본토 송환' 입법예고였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경제적 문제, 특히 부동산 문제도 같이 엮여있다.
시발점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본토에서 건너온 100만 명 정도의 인구다. 인구가 늘어나자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2003년 이후 15년간 홍콩 부동산 가격은 4~5배 올랐다. 하지만 임금은 0.5배 상승에 그쳤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39%에서 2015년 50%로 상승했지만 하위 노동자의 소득은 하락하면서 계층 간 격차가 벌어졌다. 경제적 좌절감에 정치 문제가 더해지며 갈등이 쌓여왔던 셈이다.
정리하면 본토에서 건너온 중국인들이 부동산, 일자리, 소득을 독차지하면서 홍콩인들이 자치와 경제권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됐고 그때 마침 범죄인 인도법안이 불을 질러 터진 것이 홍콩사건이다.
(내용 덧붙임)
미 현지시간 11월 27일, 트럼프가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성명을 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홍콩 국민을 존중해 이 법안에 서명했다"며 인권법 서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어 "중국과 홍콩의 지도자와 대표들이 장기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우호적으로 이견을 해소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봐도 엿먹이는 소리다. 시진핑을 존중해서 이 법안을 서명했다니 ㅋㅋㅋㅋㅋㅋ
물론 트럼프가 서명을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상원 만장일치, 하원 찬성 417표/반대 1표로 통과된 법안이다. 당파를 초월해 상·하원이 모두 강력히 지지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명분없이 서명을 거부한다면 내부의 적만 더 늘어날 뿐이다.
12월 1일까지 (상원통과 후 10일이내) 서명을 하지 않으면 12월 3일부터 법안은 자동으로 발효된다. 거부권을 행사해봤자 미의원에서 2/3가 동의하면 그 거부권도 무효화시켜버릴 수 있다. 미 의회하고 싸우느니 일찌감치 서명하고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트윗질 생색내기라도 하자는 계산일 것이다.
이 법안을 주도했던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환영하면서 "이로써 미국은 향후 중국이 홍콩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의미있는 새로운 수단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근데 이말은 자기들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ㅋㅋㅋㅋ 하여간 웃겨
아무튼 이 서명으로 홍콩인권법안은 이제 발효됐다. 미국은 레이즈를 불렀고 패도 오픈했다.
자, 그럼 중국은 이제 어떻게 나올까?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테리 브랜스테드 중국 주재 미대사를 초치해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할 경우, 보복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정저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미국이 홍콩 인권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미국이 중국 내정에 개입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압박했다. 이뿐 아니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하면 후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은 다각도로 홍콩 문제에 간섭하지 말 것을 미국에 경고했었다.
그 경고 수준이 어떤 것이냐 하면 협박에 가까운 초강경 협박이다.
지난 20일에 겅솽(耿爽) 대변인은 인권법 통과 직후 “중국은 미국이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되돌릴 것 (懸崖勒馬·현애륵마)을 경고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정례 기자회견에서는 육성으로 “미국은 말고삐를 되돌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애륵마는 중국의 외교 레토릭(수사) 25가지 중 24번째로 분류되는 위협적인 언사다.
참고로 최고 수위는 “경고하지 않았다 말하지 말라 (勿謂言之不預·물위언지불예)”는 용어라고 한다. 지난 1962년 인도, 1978년 베트남 전쟁 직전에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렸다. 지난 5월에도 인민일보 칼럼에 등장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서구에 짓밟혔던 굴욕적인 아편전쟁의 역사가 있다. 때문에 아무리 실낱같은 사안이라도 내정간섭 당하는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상대가 미국만 아니었다면 진짜 전쟁 불사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래? 그럼 한 번 해보셔' 하고 미국이 raise를 외쳤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문제는 아직 힘은 미국이 위고 국제 여론도 홍콩 편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를 전부 끌여들여 압박하지 않는한 미국을 굴복시키기는 어렵다. 남은 카드는 미중 무역협상 테이블을 엎는 것뿐인데 그러기엔, 너죽고 나죽자 하기엔 자국 경제도 상황이 어렵다. 내년 중국 성장률은 6%선이(바오류,保六) 무너질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연 어떤 카드를 꺼낼까? 뭐라도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시진핑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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