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이건 너무 당연한 현상이자 자본주의 법칙 같은거라 정부 정책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부동산은 좁은 한국 땅덩어리에서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 부동산 현황을 보면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경기의 과천, 분당, 구리, 광명 

지방의 대구, 대전  

 

쏠리는 곳만 쏠리는 느낌인데 이건 저금리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손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한국 부동산 상승을 보면 강남을 시작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집중하고 마용성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 이번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눈을 돌린다. 서울 집값이 전체적으로 안정되면 이번엔 수용성(경기 수원·용인·성남시)을 소환한다. 그다음 차례는 대대광(대구·대전·광주시)이다.

 

 

문재인정부가 감시하고 있는 주대상은 서울 재건축단지와 다주택자들이다. 서울 강남은 이제 재건축, 재개발이 아니면 신규공급 물량은 사실상 없다. 투기꾼들이 끼어들기 좋은 재건축 바람몰이와 주요지역에 살지도 않을 주택을 여러채 깔고 누워있는 다주택자들과의 싸움이 현 정부정책이 설정한 목표인 것이다. 

 

남양주,고양,하남 등 정부가 30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 공급을 발표했지만 광역교통망이나 직장,학교 접근성이 받쳐주지 않는 신도시 물량은 큰 소용이 없다. 아무리 비싸도 사람들은 몰리는 곳만 산다. 몰리는 지역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는 물량을 내놓는게 아니라 버티기로 들어갔다.

 

 

주택착공 실적에서 나오듯이 결과적으로 각종 재건축 규제는 신규 주택공급을 줄였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시장에서 기존 주택 매물을 감소시켰다. 이에 반해 시장 수요자들은 점점 늘어나면서 거래가 없는데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강세장이 될수밖에 없는 여건이긴 하지만 양상이 정상적인 건 아니다.

 

 

 

[ 문정부 부동산정책 리스트 ]

 

* 2017년 6.19 정책

재건축조합원 주택공급수 3 → 2주택으로 축소

 

* 2017년 8.2 정책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투기과열지구 지정

조합원자격 양도금지

 

* 2017년 12월

임대등록 인센티브제 도입 ◀ 뻘짓

 

* 2018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 2018년 7월6일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발표

 

* 2018년 9.13 정책

종부세 구간 신설 (3억~6억)

종부세 세율 강화

대출규제 및 임대세제 축소

전용 85㎡초과주택 청약 50% 가점, 50% 추첨 중 무주택자 우선 

 

* 2019년 4월

부동산 공시가격 정상화

(실거래가격-공시가격차 해소, 주로 고가주택)

 

* 2019년 11.8

분양가 상한제 27곳 적용

분양원가제 = (토지+건축비+가산비) 를 상한선으로 하는것

 

* 2019년 12.16 대책 (추가)

고가주택 대출제한

전세갭투자 대출제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0.5~3.2% → 0.6~4%)

종부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시세와 맞출것 (현 68%수준)

양도세 공제조건에 실거주기간 추가

6개월간 양도세 완화

 

 

요약하면

고가주택, 다주택자들을 세금으로 압박해서 물량을 묶은 채 버티지 못하게 했고 임대료 등으로 때우며 시간을 버는 걸 막은 것이다. 이 정책들로 기대한 효과는 물량 자연 공급과 실수요자들의 거래, 투기해소, 집값 안정의 선순환이다. 그 외 무주택 임차인과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1216 대책에서는 비거주자에 대한 대출규제와 세금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투기꾼들이 물량을 토해내게 만들려면 종부세 즉 보유세를 높여서 압박한 만큼, 양도세를 낮춰서 풍선효과로 빠져나가길 유도해야한다. ( 부연: 이후에 나온 1216 대책에서 이같은 점이 반영되었다 ) 투기꾼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차익이지 정부와의 싸움이 아니다. 양도세도 어차피 높다면 보유세 내면서 집값 오를때까지 버티겠다는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퇴로를 열어주는 것은 싸움의 기본전략 중 하나다. 

 

임대사업으로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2년전 약 100만가구에서 현재 150만가구까지 급증했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 임대주택이 2년만에 무려 전체의 50%나 늘어났을 리가 있을까. 17년 말 임대등록 활성화 정책을 내놓자 투기꾼들이 임대주택을 사들이거나 임대로 등록하면서 정책을 역이용한 것이다. 그로 인해 매물공급이 잠기면서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고 이는 18년 913대책으로 임대 세제혜택을 축소한 다음에야 사그라들었다. 

 

재건축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니 이번에는 '2,3년 후엔 공급이 없어져서 더 오른다, 지금 사야된다'는 소리가 퍼지면서 특정 아파트값을 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투기꾼들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들은 이용해 먹을 수 있는건 모조리 이용한다. 단기간에 정책으로 박멸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부동산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길은 시장 정상화 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회복이다. 3040 세대가 주택공급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투기꾼들이 집값을 부추길 여지는 점점 줄어든다. 정부가 달성해야할 목표는 공정시장 확립이고 규제는 그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공공임대형 아파트를 늘리고 리츠를 활성화하는 것도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럽을 보자면 네덜란드에서는 사회주택 거주 비율이 1/3을 넘고 독일은 임대거주가 비자가보다 많으며 영구임대가 당연시되고 있다. 임대료는 저소득층을 위해 사회 시스템에서 계량화되어 점수제로 책정되거나 임대인이 함부로 올리지 못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다. 임대식 주거방식이 자연스럽게 퍼져있고 임대료 부담 없이 원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이 비싸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은 9% 정도)

 

 

독일은 임대 > 자기집이다

독일도 집값이 비싸고 우리나라처럼 민간임대 위주로 주택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나라지만 자가 거주비율은 45% 뿐이다. 한국의 자가 거주비율 57.7%, 자가 보유비율 61.1%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국토교통부 2018. 6~12월, 표본조사 6만가구) 

 

우리나라의 부동산문제는 2년마다 발생하는 전세난민, 즉 주거 불안에 그 뿌리가 있다. 2년마다 살림 싸서 이사다니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집주인의 갑질이나 임대료 인상을 해달라는대로 해줄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자니 내집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고 거기에 더해 '그렇다면 오르기 전에 빨리 사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언제 사도 별 차이없다 또는 장기임대, 반영구임대가 보편화된 거주문화라면 투기꾼이 발붙이기는 어렵다. 


 

(내용추가) 2019.12.15 

박원순 서울시장도 현 아파트 가격에 대해 심각한 인식을 공개 표명했다.

 

가장 핵심을 찌르는 지적은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상황이 바뀐다"는 투기성 버티기 자체를 없애야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정부는 없다. 독일도 네덜란드도 고가 주택, 임대료 상승문제는 다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제는 정책 일관성과 부동산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아래는 박시장의 페북 인용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24주째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시장으로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장래희망이 건물주라고 할 정도"

"열심히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무리하게 빚내서 산 아파트가 가져다 줄 불로소득이 수십배가 되기 때문, 실제로 강남의 한 재건축예정 아파트 값은 지난 3년 사이 10억원이 뛰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종부세는 고작 100여만원에 불과하다."

 

박 시장은 "현재 상위 1%가 평균 7채의 집을, 상위 10%가 평균 3.5채의 집을 갖고 있다"며 "정작 집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자산격차는 불평등을 심화시켜 출발선을 공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근원"이라며 "부동산으로 자산격차가 고착화되는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내수경제의 위축과 경제성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생산경제를 담당하는 대다수 노동자가 노동의욕을 상실한다면 그때가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망하는 때다. 아무리 일해도 바뀌지 않는데 누가 힘든 노동을 하려하겠는가. 

 

박시장은 "이 모든 것은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이 아니다"며 "근로소득에 대해 투명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부동산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하자는 것 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대책은 다음과 같다.

 

"실소유자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와 공공임대주택의 추가공급,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차와 관련한 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히 넘겨야한다."

 

"얼마 전 베를린 시장은 5년간 베를린 시내의 임대료를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제게도 그런 권한을 달라. 제발"

 

또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에 대해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철저하게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가 꼭 필요하며 서울시 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급을 늘려도 소수에게 돌아간다면 의미가 없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 연구원장도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단순히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은 다주택자의 보유주택만 늘리게 된다고 말한다. 단순히 공급만 싸게 나오면 오히려 부자들이 쓸어담기 좋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주택은 500만채 가까이 늘었는데 비해 주택소유자는 절반인 240만명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기집 딱 1채만 필요한 실수요자보다 다주택자만 늘었다는 걸 의미한다. 

 

Posted by 영애니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