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전문의들은 치약이 없어도 칫솔질만 제대로 하면 치아 건강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면 치아에 붙은 이물질은 어느 정도 제거된다. 그러나 치아 틈새에 낀 음식물 찌꺼기는 잘 빠지지 않고 남아서 충치와 치석을 유발한다. 음식 찌꺼기에 세균이 번식하면서 산(酸)이 생기고, 이 때문에 치아가 상하는 것이 충치다. 또 음식 찌꺼기에 죽은 세균과 침이 단단하게 뭉친 것이 치석이다. 치석은 잇몸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이 충치와 치석을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칫솔질이다. 아무리 비싼 치약도 꼼꼼한 칫솔질을 대신할 수 없다. 최종훈 연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치약의 세정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치약에 의존한 나머지 칫솔질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치약을 사용한 사람군과 치약 없이 칫솔질만 한 사람군의 치아 상태를 살펴본 실험이 있다. 치약을 사용하지 않고 칫솔질만 한 사람들은 치아가 잘 닦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구석구석 잘 닦았다. 그러나 치약을 쓴 사람들은 치아를 잘 닦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충 닦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일반인은 뽀드득거리는 느낌과 상쾌함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치약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치약이 없더라도 칫솔질만 잘해도 웬만한 구강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치약 성분
치약은 연마제, 불소, 보존제, 계면활성제 등의 성분으로 구성된다. 연마제는 고운 모래 성분으로 치아에 붙은 이물질을 갉아내고, 보존제는 치약이 썩지 않도록 하는 물질이며, 계면활성제는 기름때를 빼는 역할을 한다. 이 중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성분은 불소뿐이다.
치약의 연마제 입자가 굵거나 계면활성제가 많을수록 뽀드득거리는 느낌이 강하다. 치아 표면을 더 많이 긁어내고 기름기를 빼내기 때문이다. 치아를 칫솔로 세게 문지르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설거지할때 사기그릇을 세게 닦을수록 작은 흠집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치약을 묻힌 칫솔로 강하게 문지르면 치아가 상해 시린 이가 된다. 소금으로 치아를 문지르는 행동을 치과의사들이 말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정원 교수는 “치약 속 연마제가 치아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지만, 너무 세게 문지르면 치아 표면을 감싸는 코팅 역할을 하는 법랑질(치아 표면을 보호하는 유백색의 반투명하고 단단한 물질)을 벗겨내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며 “치아가 덜 닦이는 느낌이 있더라도 연마제 입자가 고운 치약이나 아예 연마제가 없는 치약을 사용하는 게 좋다." 고 조언한다.
계면활성제가 입안에 남으면 수분을 증발시키고 세균 번식을 도와 입냄새의 원인이 된다.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 치약 때문에 오히려 구취가 생기는 셈이다. 치약을 사용한 후에는 여러 번 입안을 헹궈서 파라벤과 같은 유해물질 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이종원 교수는 “치약으로 칫솔질한 후에는 7~8차례 이상 입안에 화한 느낌이 사라질 정도로 헹궈야 입안에 남은 치약 잔류물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백치약은 과산화물이 포함된 치약이고, 시린이 예방 치약은 연마제를 줄이고 지각과민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성분이 들어간 것이다. 치약은 의약품이 아니라 의약외품이다. 치과 질환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좋은 성분이 들어간 치약보다 나쁜 성분이 없는 치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치약을 사용할 때 그 양을 줄이라고 치과의사들은 권고한다. 광고처럼 치약을 칫솔모 위에 길게 짜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치약을 많이 써야 거품이 풍부해서 치아가 잘 닦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광고는 치약 제조사가 치약 사용을 부추기기 위해 고안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구강청결제 역시 구강 내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용도일 뿐이지 칫솔질을 대신할 수 없다.
전문의들은 치약을 칫솔모 길이의 4분의 1(콩알 크기)만큼 사용해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치약이 칫솔모 위에 놓이는 게 아니라 칫솔모 사이에 들어가도록 약간 눌러서 짜는 게 좋다. 치약이 치아 한 부위에 몰리지 않고 입안에 골고루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한줄요약
중요한 것은 치약이 아니라 구석구석 꼼꼼히 골고루 10분간 칫솔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