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침묵의 사망병’이다. 뚜렷한 사전 증상 없이 갑작스레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혈압이 높다고 해서 몸이 느끼는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차가 많아 혈압이 높아도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혈압이 조금만 올라가도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혈압이 급격히 높아져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생기지 않는 한, 본인이 느끼는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진다”고 말한다.
고혈압 진단이 나왔어도 뚜렷한 증상이 없어 고혈압 약 복용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의사가 약먹으라고 하면 무시하거나 혈압측정 결과를 셀프 왜곡할 때가 있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고 해서 그냥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 특히 장기간 고혈압 상태로 압력을 받으면서 흡연을 하거나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이 생기면 혈관이 상하고 동맥 경화 같은 여러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고혈압은 허혈 상태의 뇌 조직에 혈류를 공급하기 위한 자동보상 작용이기도 하다. 피가 잘 돌지 않으니 무리해서라도 피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심한 흉통이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콩팥 이상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고혈압을 의심해야한다. 비만이나 수면 무호흡증도 고혈압과 관련이 있다.
일단 130 이상은 정상 혈압이 아니다. 방치해도 괜찮은 혈압이 아니라는 뜻이다. 130 근처라면 위험한건 아니지만 관리를 해야하는 혈압이고 120 이하로 나와야 건강한 혈압이다. 혈압은 잴 때마다 편차가 큰 바이탈이므로 두세번 잰 후 평균하는 것이 좋고 병원보다 가정에서 편안하게 측정하는 편이 정확하다. 혈압은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에 가장 높다.
혈관 중 혈압에 크게 관련된 것은 세동맥(small arteries)이다.
세동맥(직경 30㎛)은 대동맥에서 퍼져 나온 동맥이 가늘어진 것으로 직경이 대동맥의 1/1000 정도다. 세동맥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가장 가는 혈관은 미세혈관(직경 8㎛)이라고 한다. 고혈압은 세동맥이 좁아질 때 발생하는데 워낙 가는 혈관이라 내벽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이물질이 쌓이면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실버톤 교수가 쓴 대학 교재 ‘생리학’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20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이 2배 높아진다고 한다. 수축기 혈압이 10 감소하면 심부전 위험 50%, 뇌졸중 위험 최대 40%, 심근경색 위험은 최대 25%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혈압은 우리 몸의 심장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펌프질한 혈액이 동맥벽에 미치는 압력의 크기다. 심장이 수축할 때, 즉 심장이 피를 보낼 때를 수축기 혈압, 심장이 다음 수축을 위해 심장에 혈액을 채울 때를 이완기 혈압이라고 한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는 혈압이 상승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속의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올라가면서 열을 외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인은 별 상관없지만 고혈압 환자와 노인는 높아진 혈압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는 “혈압은 특히 아침에 눈을 뜰 때 올라가는 경우가 많고 추운 겨울철에 새벽 운동을 나가게 되면 혈압이 많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 아침에 심장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추운 겨울철에 외출할 때 보온에 신경써야 하고 특히 새벽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수면을 잘 취하면 자는 동안 혈압은 내려간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 홍윤철 교수) 연구
평균 기온이 10도 하락시
수축기 혈압은 1.8㎜Hg,
이완기 혈압은 1.2㎜Hg 상승
여름 기온이 25도, 겨울 기온 1도라면 겨울철에는 수축기 혈압 기준으로 4~5㎜Hg 정도 상승한다. 주요 심혈관질환은 실제로 겨울철에 50% 이상 더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통계를 보면 심근경색 발생건수는 6~7월에 가장 낮고 1~2월에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고혈압 예방, 관리법
① 혈압약 중단하지 않기
② 집에서 규칙적으로 혈압측정하기
③ 체중 유지하기
④ 새벽운동보다 오전/오후운동하기
30분이상 주5회 운동은 혈압을 낮추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햇빛을 쬐고 비타민 D를 합성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장기적으로 혈관의 길이를 증가시키고,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많은 사람은 침착한 사람들보다 혈압 위험이 높다. 따라서 고혈압이 있다면 명상이나 호흡법 등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느긋하게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2018년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중을 1㎏ 줄이면 수축기 혈압을 1㎜Hg 이상 낮출 수 있고, 체중 감량만으로 5㎜Hg 정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 15층 계단오르기만 꾸준히 해도 혈압을 5~10 낮출 수 있다.
근력운동보다는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인데 모든 유산소 운동은 혈압을 5~7 감소시킨다. 하루만 운동해도 혈압강하 효과가 바로 나타나며 효과는 운동이 끝난 후 몸에서 22시간 정도 지속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빨리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을 혈압 관리 운동으로 추천했다. 수축기 혈압 기준, 수영이 15 감소로 효과가 가장 좋았고, 자전거 타기, 조깅, 댄스 등은 6~7 감소로 나타났다. 강도는 약간 땀이 날 정도의 중강도가 좋다. 단순 산책 같은 저강도 운동은 효과가 약하고 축구나 스쿼시 등의 고강도 운동은 혈관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음식은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게 좋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혈압을 5㎜Hg 이상 높일 수 있어 체중을 5kg 이상 감량했던 수고가 헛수고로 돌아간다. Nutrition Reviews에 실린 논문에서는 양파, 사과, 와인 등에 들어있는 항산화성분 케르세틴이 혈압을 3㎜Hg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의 발병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40대도 이제 발병대상군이 되었다. 심혈관 질환이 더이상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는 의미다.
나트륨 등 다른 위험 요소를 줄인다 해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고혈압 위험은 결국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운동을 생활관리의 핵심에 놓고 다른 방법을 보조로 활용해야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파인버그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연구팀
-남녀 4618명의 20년 간 건강 자료로 고혈압 사례와 운동량의 상관관계를 분석결과
연구팀은 1985년 18~30세였던 사람들의 운동량을 측정하고 이어 2, 5, 7, 10, 15, 20년이 지난 뒤 운동량을 다시 측정해 고혈압 발병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신체활동과 유산소운동 모두 고혈압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신체활동이 적을 때보다 유산소 운동량이 적을 때 고혈압 발병 위험이 더 컸다.
연구팀은 “젊을 때의 운동량은 중년 이후 고혈압 발병 가능성을 추측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흡연, 나이, 인종, 콜레스테롤, 식습관 등 고혈압을 유발하는 여러 위험 요소를 통제해도, 운동이 부족하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겨울철 난방
요즘 같은 겨울철에 추운 침실에서 자고 나면 혈압이 크게 증가한다. 일본 나라의과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섭씨 14도씨의 추운 방에서 잔 사람은 24도씨의 따스한 방에서 잔 사람에 비해 혈압이 6~8% 높아졌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혈압이 올라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불 밖으로 나올 때 방이 추우면 문제가 생긴다. 피부의 혈관이 수축되고 심장은 몸을 덥히기 위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높아진 혈압은 2시간 이상 지속된다”면서 “이런 일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추운날엔 실내온도를 22~24도로 충분히 따뜻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젊으면 괜찮을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Simin Mahinrad 박사 연구팀은 평균 연령 24세인 성인 19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 결과, 30대 젊은 시절부터 고혈압을 앓은 참가자는 50세 이후 인지 기능과 보행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혈압을 앓은 기간이 길수록 해당 기능이 더욱 저하했다. 이는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별, 흡연, 총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통제한 결과였다.
Mahinrad 박사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단순히 고혈압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고혈압을 앓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따라서 증상이 없는 젊은 고혈압이라고 방치하기보다, 이를 빨리 식별해 혈압 수치를 조절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미국심장협회 저널 Circulation 게재
* 눈건강에도 주의
흔히들 고혈압 하면 뇌출혈, 중풍 등 뇌혈관 질환을 주로 연상하지만 눈에도 중풍이 올 수 있다. 추운 겨울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속 내피세포가 손상되면서 눈 혈관도 데미지를 입는다. 망막에도 혈액공급은 중요하다.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망막혈관 폐쇄증으로 시력저하, 실명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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